의료기관 부담만 가중시키는 ‘건보 가입자, 피부양자 본인 확인 의무’

- 개정안은 요양기관에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경우, 요양기관이 본인 여부 및 건보 자격을 확인할 의무를 명시
- 신분증에 나온 사진으로는 얼굴을 인식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 나와

건강보험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신분증 등 본인 확인 의무를 의료기관에 강제적으로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그러나 신분증에 나온 사진으로는 얼굴을 인식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부당이득 징수 및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계에 또다시 큰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가입자와 피부양자가 신분증 제출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요양기관이 이를 확인할 의무는 두고 있지 않아, 타인의 이름과 주민번호만 알면 건강보험 명의 도용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사진)은 10월 13일 건강보험 명의 도용으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호법’ 제12조는 건보 명의 도용을 막기 위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급여를 받고자 할 때, 건강보험증 혹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증명서(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를 요양기관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의 도용은 불필요한 진료행위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건보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꼽히는데, 실제 강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향정신성 의약품(의료용 마약류)을 처방받는 등의 건보 부정 사용 사례가 매해 꾸준히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정안은 요양기관에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경우, 요양기관이 본인 여부 및 건보 자격을 확인할 의무를 명시했다.

특히 이를 위반할 경우 별도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부당이득을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다만, 긴박한 응급의료 등 정당한 사유는 예외로 규정해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강 의원은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거나 카드를 발급받으려고 해도 신분증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밟는 것은 필수다”며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는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실시하면서도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강 의원은 “최근 6년간 건보 부정 사용(타인 명의도용)으로 적발된 인원이 4,365명, 건수가 233,040건, 금액은 51억 5천 8백만원에 달한다”며 “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계 관계자는 “신분증에 나온 사진으로 얼굴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고 의료기관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명분도 없어 오히려 환자와의 마찰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신분 확인에 대한 여부를 두고 의료기관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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