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근본을 뒤흔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 나와
-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위탁한다는 말은 기본적인 보험 체계에 맞지 않아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지난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또다시 발의돼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은 보험소비자가 의료기관에 보험료 관련 자료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직접 중계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자료를 보내고, 중계기관은 전산을 통해 이를 다시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지난 9월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김병욱·전재수·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심사했다. 이날 회의에서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안은)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이후 10년 이상 논의한 오래된 과제다. 이번에 꼭 해결해 달라"며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무위 일부 위원들은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민간보험사에서)비급여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사실상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위탁기관을 통해 정보를 전송하자면서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했지만, 심평원은 비급여 정보에 대한 관리나 요구권이 없는 기관"이라며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위탁한다는 말은 기본적인 (보험)체계에 맞지 않다. 최소한 관리권과 요구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없이 그냥 위탁하겠다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의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의료계는 비급여 정보를 심평원을 통해 보내다 보면 한 군데 모여 저장하고 분석해 비급여 항목에 대한 규제가 또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면서 "비급여를 건드려 병원이 힘들어지면 간접적인 많은 부작용이 다른 형태로 환자들이 받게 된다. 의료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도 "해당 법안은 (실손보험에 가입한)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좋지만 이러한 편리함으로 인해 의료체계가 무너지는 그런 가능성이 전혀 없는지 봐야 한다. 의료체계가 흔들린다면 사실 의료소비자가 나중에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면서 "충분히 공감대 형성한 다음에 해야 한다. 의료단체들과 공감대가 안됐는데 밀어붙이는 것은 의료소비자로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규상 부위원장은 "자동차보험은 심평원이 수가도 정해 주고, 심사도 하고 있다. 과잉 진료가 있는지 없는지, 혹은 보험금 누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있다"라면서 "공보험에서 심평원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심평원을 못 믿으면 대체 어느기관을 믿겠나. 정책적으로 심평원이 가장 안전하고 가장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평원 중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도 부위원장은 "의료계가 지속해서 우려를 표한다면 위탁기관을 제3의 기관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면서 "위탁기관 문제를 제3의 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대안을 충분히 마련할 생각도 있고, 실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무위는 이날 제1법안소위에서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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