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유난히 자주 찾게 된다면 ‘이 질환’ 의심해야

직장인 A씨(31)는 아침마다 복통, 설사 때문에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회사에 지각하는 일이 많아질 만큼 정도가 심해지자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아 의사로부터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복통과 복부 팽만감, 설사 등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이다. 과거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단순히 꾀병이나 체질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2019년 162만 3687명으로 2014년(146만 382명)에 비해 5년 사이에 11.2%, 16만여 명이 증가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주로 배꼽 주위 또는 하복부의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 복부 팽만감, 설사 또는 변비 등의 증상이 있지만, 내시경 검사나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기능적으로 장애가 생길 뿐 대장암을 비롯한 악성 질환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영희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로 복통 등의 증상들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감염이나 약물, 음식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이전에 감염성 장염이나 허혈성 장염 등을 앓은 후 생기기도 하고 특정 음식에 의한 자극으로 내장감각 과민성, 장관의 운동 이상, 중추신경계 조절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20~30대에 흔하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주 증상은 복통으로, 숙면을 취하는 도중에 깰 만큼의 심한 통증은 아니지만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복통은 몇 달간 지속되고 설사나 변비 등 배변 습관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최소 6개월 전에 시작된 복통이 지난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반복될 때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 복통은 변비나 설사 등 배변 활동과 관련된 경우가 많고 복부 팽만감도 종종 동반된다.

최영희 교수는 “빈혈이 생기거나 혈변을 보는 증상, 또 체중이 크게 감소하는 등의 경고증상이 생기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장 내시경을 한 적이 없는 50세 이상의 성인, 혈변이나 흑색변 등 위장관 출혈 동반, 수면 중 깰 정도의 극심한 통증,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대장암이나 염증성장질환 등의 가족력, 척결핍빈혈, 대변분검사에서 양성인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이나 복부 CT 등 다른 검사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개선하기 위해선 식이습관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고지방식이와 유제품, 기름에 튀긴 음식, 가스가 많이 생기는 포드맵(FODMAP)식이, 밀가루, 술, 담배, 카페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포드맵이란 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당류를 말한다. 입자가 작은 당류들은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가 되지 않고 대장에서 분해가 되는데 이때 가스가 많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식이에는 콩이나 마늘 양배추, 식빵, 우유, 사과, 인공 감미료등이 있다.

반대로 쌀이나 토마토, 바나나, 오렌지, 유당제거우유 등 저포드맵 식이(Low-FODMAP Diet)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을 개선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산균 제품도 복통이나 변비, 설사 등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습관 변경도 도움이 된다.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증상의 개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삶의 질 저하나 만성 피로감 같은 심리적 증상을 회복할 수 있다. 과로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질병의 경과를 더 악화시킬 수 있어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는 규칙적인 시간에 거르지 않는 것이 좋고, 급하게 식사를 하는 경우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설사나 변비가 동반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큰 효과를 보인다.

최영희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 자체로 너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서 인스턴트 식품이나 술, 담배, 카페인 섭취를 줄이려는 습관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