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뻣뻣해진 허리! 강직성척추염 의심해봐야. 디스크·강직성척추염 차이점은?

- 척추가 대나무처럼 딱딱해지기에 '대나무 척추'라고 불리기도
- 노년층보다는 젊은 층,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많이 발생

11월 첫째 주 금요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바로 대한 류머티즘 학회에서 제정한 '강직성척추염의 날'이다.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름만큼이나 낯선 질환으로,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병이지만, 지난해 국내 환자 수가 처음으로 4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갈수록 흔해지고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다.

◆ 세종대왕도 앓은 질환


조선왕조실록 기록(세종 17년 4월)을 보면 세종대왕의 등이 어느 순간 굳고 꼿꼿해졌다고 나오는데,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려워 중국 사신과의 연회에도 불참했다고 한다. 또한 22세 때 처음 무릎 통증이 나타나 허리가 뻣뻣해지고 통증으로 움직이기 힘들 때가 많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증세는 바로 강직성척추염과 매우 흡사하다.

 
◆ 강직성척추염이란?
강직성척추염은 척추 관절에 염증이 생겨 척추 마디가 뻣뻣하게 굳고 심하면 척추 변형까지 이르게 되는 만성 염증 질환이다. 주로 척추, 어깨, 고관절 같은 곳을 침범하는데 관절 주위의 인대 조직이 망가져 석회화가 되면서 뼈처럼 되는 병이다. 척추가 대나무처럼 딱딱해지기에 '대나무 척추'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20~40대 젊은 남성에서 주로 나타난다.

척추에는 뼈와 뼈 사이에 디스크가 있고 인대가 디스크를 싸고 있어 척추를 움직일 수 있는데, 그 인대들이 다 뼈처럼 석회화가 되어버려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버리는 것이다. 사태가 심화될수록 허리를 굽히지도 펴지도 못하게 되는데, 종국에는 목도 돌리지 못하게 되는 식으로 진행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협착증이나 디스크와 같이 퇴행성이라 여겨지던 허리 질환과는 다르게 강직성척추염은 노년층보다는 젊은 층,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 강직성척추염과 디스크 차이점
강직성척추염을 초기에는 디스크나 협착으로 잘못 알아 제대로 진단받는 데 평균 40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강직성척추염 환자를 '진단 난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허리 디스크 질환은 활동을 멈추고 쉬면 증상이 나아진다. 반대로 강직성 척추염은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척추가 뻣뻣하게 굳으면서 등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저녁에는 편하게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깨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면 통증이 사라져서, 단순 피로라고 생각해 방치하기 쉬운 것이 문제다.

또한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는 통증 부위는 척추·허리도 있지만 갈비뼈, 목뼈 같은 부위에도 부분적으로 뼈마디에 염증이 생겨 아플 수 있다는데 차이가 있다.


"강직성척추염이 디스크나 근육통과 다른 중요한 차이는 움직일수록 통증과 뻣뻣함이 좋아진다는 점에 있다. 만약 별다른 움직임이나 무리한 신체적 활동이 없는데도 허리와 골반 주변이 자주 뻣뻣하게 느껴지고 아프다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재활의학과)


◆ 강직성척추염의 증상은?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은 대부분 단순 허리 통증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수개월에서 수년 증상을 방치하다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기 때문에 증상을 미리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강직성 척추염 대표 증상 4가지>
ㅣ허리·엉덩이 통증ㅣ
대부분의 환자에서 허리와 엉덩이 통증이 생긴다. 특히 허리 통증은 허리 디스크와 비슷해 오해하기 쉬운데, 자고 일어났을 때 유독 허리가 뻣뻣하고 통증이 심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심해지면 잠에서 깨기도 하는데,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심각성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같은 자세로 오래 있으면 허리 통증이 심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허리 디스크와의 차이점이다. 디스크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쉬면 증상이 나아지고 움직이면 심해진다.

ㅣ다리 관절염ㅣ
강직성척추염은 무릎 등에 관절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이 손가락, 손목 등 비교적 작은 관절에 생기는 반면 강직성척추염은 무릎, 어깨, 발목, 고관절(엉덩이 관절)에 염증을 유발한다. 양쪽보다는 한쪽 관절에만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척추보다 다리 관절염이 먼저 나타나기도 하며 소아에게는 다리 통증이 가장 먼저 생기는 경우가 많다.

ㅣ발바닥·갈비뼈 통증ㅣ
발바닥이나 발뒤꿈치, 갈비뼈, 가슴 부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누르면 통증이 심해진다.

ㅣ포도막염ㅣ
눈의 중간층을 이루는 홍채, 모양체, 맥락막을 '포도막'이라 하는데 이곳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눈이 충혈되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무언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 한쪽 눈에만 생긴다.
질병 초기 증상은 주로 아침에 잠에서 깬 후 허리·엉덩이 부위에 극심한 통증과 강직이 생기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아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여러 분야 전문의 협진이 필요
강직성척추염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물리적 충격 및 손상,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 염증 물질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한번 강직이 온 척추는 회복이 어려워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강직성척추염은 신체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초기 진단이 쉽지 않아 정형외과, 내과 등 여러 분야의 전문의와 협진을 통해 진료해야 한다.

그 이유는 염증 때문에 척추가 점점 뻣뻣해지고 변형이 오며, 염증은 척추 외 신체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어 염증이 장이나 눈, 피부 등에 나타나면 염증성장질환, 포도막염, 건선 등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 곳곳에서 염증 질환이 반복해 생기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해 봐야 하므로 여러 전문의의 협진이 중요하다.


◆ 강직성척추염의 초기 치료
강직성척추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염증이 지속돼 척추에 새로운 뼈가 자라나 척추가 하나로 붙게 된다. 또한 척추가 딱딱한 막대기처럼 굳어져 몸이 앞으로 굽는 변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척추 및 다른 관절의 통증을 완화하며 손상·변형을 예방하고 늦추는 것을 치료의 목적으로 한다. 치료제는 크게 염증·통증 완화에 쓰이는 소염진통제 등 경구용 약물과 주사제인 생물학적 제제가 있다. 이때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에는 질병 활성화에 관여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으로, 기존 약보다 증상 조절에 훨씬 효과적이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하면 10명 중 8명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나아진다.


◆ 강직성척추염 치료의 밝은 미래
처음 나온 생물학적 제제인 TNF-알파 억제제(휴미라,레미케이드 등)는 질병 원인과 관련 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조절하는 치료제로, 강직성척추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을 억제한다.

강직성척추염은 이러한 증상 및 염증을 관리하는 것 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척추 변형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은 일단 변형되면 약 효과가 없고, 변형된 관절은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직성척추염의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17A(IL-17A)를 직접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코센틱스, 탈츠 등)가 나왔다. 새로운 생물학적 제제가 나와 통증 완화에서 척추 변형 억제와 관해(증상이 줄거나 없어진 상태)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

강직성척추염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환경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특례 적용을 받으면 한번 내원할 때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2만~3만 원 정도인데, 주사 치료까지 병행 시 한 달에 1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 강직성척추염 환자 생활수칙
- 반드시 금연을 한다. 특히 강직이 진행됐다면 강직으로 폐활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다만 운동 강도가 세면 골절이 생기거나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몸 상태를 체크해가며 해야 한다.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수영이 있다. 수영은 몸의 여러 관절 운동을 동시에 원활하게 할 수 있고, 호흡운동까지 촉진시킨다.
- 폐활량 증가를 위해 큰 풍선 불기 등 숨쉬기 운동을 자주 한다.
- 잠은 약간 딱딱한 곳에서 잔다. 침대를 고를 때도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를 골라야 하며, 베개도 가급적 낮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
- 평소에 등과 허리를 굽히지 않고 똑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운동은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절 운동 범위 내에서 꾸준한 스트레칭,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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