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다녀요” 소개에 “어느 부서?” 급 나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 재직하고 있는 김씨는 최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다소 불편해졌다. 이전에는 ‘삼성전자에 다닌다’고 말하면 끝났던 자기소개가 이제는 길어지기 때문이다. 어디 사업부에서 일하느냐, 어떤 업무를 하느냐고 묻는 추가 질문이 이어지는 탓이이다. 같은 삼성전자 직원이라도 사업부마다 처우가 다르다는 것이 알려진 탓이다. 김씨는 “창피하지만 자격지심이 생기기도 한다”며 “최근 대졸 초임까지 달라지며 이런 일은 직원들에게 빈번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DS(반도체) 부문의 대졸 초임만 150만 원 인상된 일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외 사업 부문의 초임은 그대로 유지됐다. DS 부문의 대졸 초봉은 5,300만 원, 다른 곳은 5,150만 원이다. 지금까지 사업 부문별로 보너스나 일부 복지가 차등 지급된 사례는 있으나 초임이 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S 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경쟁사들이 잇따라 초봉을 인상해오고 있다"면서 "반도체 외에 다양한 사업부를 갖추고 있고, 전 사업부 일괄로 초임을 인상해온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를 따라가기 부담스러웠던 상황"이라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본사 기준 삼성전자 DS 부문 임직원 수는 총 6만 8,121명으로, 전체의 57.8%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혹은 사업부문별 대졸 채용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초임 인상은 경계현 사장(DS 부문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전날 임직원 소통 채널인 위톡에서 임금체계 변동을 새로운 변화이자 성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한 이후로 DS 부문 임직원들에게 총보상우위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업계 최고 기업다운 처우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이번 초임 인상 건으로 삼성전자 내 사업 부문별 차등화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앞두고 있는 내년도 연봉인상 베이스업(기본 인상률)을 비롯해 복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차등이 나타날 수 있단 얘기다. 경 사장도 이번 대졸 초임 인상 폭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내년 임금인상 협의 등을 통해 보충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직원은 "임직원 단합이나 DS 부문이 아닌 직원들의 1등 기업인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자부심에 생채기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속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사업부별 거래가 적지 않을뿐더러 최근 부서 간 협업도 늘어나는 추세란 지적이다. 대졸 공채를 진행하는 경우 DS 부문을 제외한 사업 부문의 지원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DS 부문, DX(디바이스경험·세트사업) 부문 등의 반발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DS 부문에서 올해 내 추가 보상금을 계획했으나, 다른 사업 부문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앞서 경 사장은 지난 9월 "10월쯤 추가 보상에 대해 정리한 다음 답변을 드리겠다"고 DS 부문 임직원에게 밝혔으나, 전날 위톡에서는 연내 추가 보상금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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