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재료 가격 상승에 노점 단속 강화로 ‘실종’
- 인기 붕어빵 가게는 영업 전부터 긴 줄
- DIY족 때문에 붕어빵 팬·믹스 매출도 증가
22일 낮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붕어빵 노점에는 긴 줄이 서 있었다. 직장인 A씨는 1000원에 2개인 붕어빵을 14개 샀다. A씨는 “오후 출근하며 직원들과 함께 붕어빵을 먹으려 샀다”며 “집 근처에도 붕어빵 가게가 다 사라졌다. 그나마 회사가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 다행이다”고 말했다.
겨울철 우리나라 대표적인 간식으로 몇 십년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붕어빵’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다. 붕어빵 원재료 값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마진율도 낮아진데다 몇 년 사이에 노점상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종로의 한 붕어빵 노점상은 “작년까지는 3개에 1000원이었는데 식용유 가격이 너무 올라서 안 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붕어빵 노점 위치를 알려주는 앱 ‘가슴속 삼천원’을 보면, 종로구 일대 붕어빵(팥·슈크림) 가격은 대부분 2개에 1000원이다. 지난 14일 한국물가정보는 붕어빵과 호떡에 들어가는 주재료 다섯가지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5년 전보다 평균 49.2%, 지난해보다 18.4%가 올랐다고 발표했다.
노점상 단속 강화도 ‘붕어빵 실종’에 한 몫했다. 종로5가에서 70년 넘게 대를 이어 길거리 음식 기계를 팔고 있는 ‘영흥공업사’ 사장 김정훈(55)씨는 “주변 신고와 단속으로 노점 장사가 어려워지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최근 몇년간 붕어빵 가게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며 “한참 노점상 열풍이 불었을 때는 하루에도 수십개씩 전국에 붕어빵과 계란빵 기계를 팔았는데, 올해에는 단 두대를 팔았다. 이러다 부도날 지경”이라고 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거리가게(노점)는 2020년 6,079개, 2021년 5,762년, 2022년 상반기(1~6월) 5,684개로 계속 줄고 있다.
붕어빵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들은 ‘붕어빵 원정’에 ‘오픈런’(영업 전 줄서기)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종로 광장시장 남문에 있는 붕어빵 가게는 피자와 크림치즈가 들어간 2000원짜리 붕어를 파는데 가게가 문을 여는 낮 12시 이전부터 긴 줄이 생기고 오후 4시께 품절된다. 이날은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 쉽니다’라는 안내문을 확인한 손님들은 탄식을 내뱉으며 “아,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직접 붕어빵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늘었다. 온라인몰 지(G)마켓은 올해 12월 1∼21일 붕어빵 반죽 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64%, 반죽용 믹스가 6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붕어빵을 직접 만들어 먹은 B씨는 “요새 붕어빵을 파는 곳을 찾기도 어렵고, 찾아갔는데 영업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아서 직접 만든다”며 “슈크림이나 고구마처럼 좋아하는 재료를 넣을 수도 있고, 뜨거울 때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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