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허용 판결에 관한 의료기기 논쟁

- 찬성 : 한의사도 첨단 의료기기 사용해야, 국민 건강 증진, 국민 진료 선택권 보장, 국민 의견 반영
- 반대 : 오히려 국민 건강 위협, 의료의 질 하락, 의료 상품화 우려

지난 22일,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행위를 한 한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의료계가 떠들썩 하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 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과 2심에서 의료법 위반 판결을 내렸던 것을 무죄 취지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의료공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종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로 의료계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법원은 꾸준히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해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벗어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왔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진단용 의료기기에 한정해 보조수단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같은 결정을 한의학계는 ‘이제 시작’이라며 반겼으나 대부분의 의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 의료계-한의학계 첨단 의료기기 갈등의 역사

의료계와 한의학계의 현대 의료기기에 관해 갈등을 빚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소송으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의료-한의학계 갈등은 오랜 시간동안 발생해왔다. 소송 끝에 한의사의 사용이 허용된 게 초음파 치료기, 극초단파 치료기, 초단파 치료기, 온·냉 경락요법, 적외선 치료기 등 14개인데 이번에 초음파 진단기가 추가됐다. 이 중 안압 측정기·청력검사기 등 5개는 헌법재판소가 2013년 12월에 허용 결정을 한 것이다.

법원·헌재에 의해 한의사 사용 불가 판결이 난 게 7개이다. 컴퓨터 단층촬영(CT), X선 골밀도 측정기, 필러,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카복시 치료기기 등이다. 뇌파계는 현재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보건복지부도 그동안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면허 범위에 벗어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소송의 원인이 됐던 진단용 방사선 발생창치(X선) 안전관리 규칙에서도 법령 적용자에 의사·치과의사·치위생사·방사선사·간호사·간호조무사만 명시되어 있을 뿐 한의사는 없다. CT·MRI와 같은 모든 특수의료장비가 동일하다. 다만 복지부는 대법원 판례와 헌재의 결정에 따라 한의사에게 허용되면 이를 따라왔다.

◆ 현행 의료법 기준은?

의료법 제37조에 보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를 설치한 의료기관 개설자 등은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한의원은 대상 의료기관에 포함되지 않고, 의료법 제38조 특수의료장비를 설치, 운영하려는 의료기관의 설치 인정기준에도 한의원은 제외돼 있다.

다만 의료법에는 초음파에 대한 시설기준과 관련된 법령은 따로 없는데, 그 이유는 X-ray, CT, MRI와 같은 장비들은 방사선 차단과 자기장 차단을 위한 별도 시설 기준이 필요한 반면, 초음파는 기계 자체 이외에는 특별한 시설이나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 한의사도 같은 의사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한의사에게 채워져 있던 현대 진단기기 사용 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주는 단초가 되는 것이며 이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홍주의 대한한의학협회 회장)

◆ 한의사는 현대 의료기기를 쓰면 안 된다는 ‘편견’

“현대의 진단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된 것이고,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만 독점하여 써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의사가 서양의학적인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은 ‘편견’아닌가” (30대 직장인 A씨)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 한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기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번 대법원 판결문 중)

◆ 국민 건강 증진과 진료 선택권

“한의대에 졸업하려면 기초적인 교육을 수료하는 것은 물론 수백회, 수천회 수련과정을 거치는 과들도 있다. 한의원에서 검사받는 것이 싫다면 영상의학전문의나 다른 과 의사에게 초음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병원을 갈지, 한의원에 갈지는 소비자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권리 아닐까” (관련 기사 댓글)

“단순 보조기구로써 진단할 때 사용하겠다는 것까지 막는 것은 한의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 현행 한의대 교육과정은 60%이상 현대의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의사가 되어도 내원한 환자에게 질환이 의심될 때 정형외과 전문의나 영상전문의에게 진단 기기를 통해 진단을 받으라고 말하는 것이 웃기지만 현실” (한의사 B씨)

◆ 국민도 원한다

“지난 5월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한다. 국민이 원하는데 국민 건강을 위해서 반대한다는 의료계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의사 C씨)









◆ 국민 건강을 오히려 위협한다

“검사 자체 위험도가 낮더라도 검사는 결과가 중요하다. (한의사가) 오진하거나 초음파 검사 결과를 근거로 잘못된 처치를 할 경우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한의사가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친 탓에 치료가 늦어져 환자가 명백하게 피해를 입은 사건임에도 재판부가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것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각 의료직역의 전문성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고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 버리는 행위이며 이는 무면허의료행위를 부추겨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 (대한의사협회 성명)

◆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

“의대 교육과정에 산부인과가 있다. 하지만 의대에서 배웠다고 산부인과 진료를 하겠다는 의사는 없다. 인턴부터 시작해 5년의 수련을 거친 전문의만이 산부인과 진료에 전념한다. 초음파로 병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단순히 공부만으로 되지 않는다. 산부인과 전문의들 역시 수많은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진찰해서 진단을 내리고 치료한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교육 과정만 보완하면 법률 지식이 없는 사람도 바로 변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의사면허는 국가가 내는 면허이다. 교육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아무런 제지 없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환자를 소비자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생명과 건강, 자칫하면 목숨까지 다루는 의료를 소비자가 원하면 살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의료계 종사자 D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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