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조력사망, 죽음을 선택할 권리와 인간의 생명권 사이 찬반논쟁

- 찬성 :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 가족에게 남겨질 부담, 장기기증활성화
- 반대 : 생명권의 존엄성, 의사의 오진가능성, 조력사망에 가담한 의사의 죄책감, 호스피스 확대 등 고통완화 방법 고안

최근 프랑스의 한 20대 유튜버가 ‘조력사망’을 결심했다. ‘올림페(Olympe)’라는 이름의 채널을 운영하는 릴리(23)는 “올해 말 조력사망을 진행하기 위해 벨기에 의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과 함께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조력 사망이란, 본인의 죽음을 결정하고 의사의 도움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독극물을 처방하지만 투약은 환자가 직접하거나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까지 넓은 범위가 있다. 일반적인 안락사와는 달리 존엄하게 죽을 권리인 존엄사의 일종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찬반논쟁이 뜨거운 주제이다.

20대인 릴리가 조력 사망을 원하는 이유는 그의 질환 때문이다. 그는 다중인격장애인 해리성 인격장애(DID)와 주의력 결핌 과다 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다. 이런 일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2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 릴리는 “이제는 더는 시련을 겪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조력사망 허용 국가는?

- 벨기에: 불치병이나 지속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질환으로 고통받는 성인의 경우 의사의 도움을 받아 조력 사망을 진행할 수 있음
- 캐나다: “우울하고 치유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를 가진 성인의 의사 조력 자살 합법
- 콜롬비아: 말기 질환,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경우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 합법
- 룩셈부르크: 불치병이나 지속적인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진 성인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 합법
- 스위스: 개인의 자발적 행동임이 명백하고, 건전한 정신상태에서 결정을 내린 성인이라면 합법
- 미국 일부 주: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리건, 하와이, 뉴저지, 워싱턴D.C 등 10여개 주에서 의사 조력 사망 합법


▲ 본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 국회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도입까지는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 이에 한국에서 조력사망은 불법에 속한다. 다만 2018년 도입된 임종을 앞둔 환자에 한해 가족이나 본인이 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완전히 정착하게 되면 의사가 독극물을 처방하는 ‘소극적 조력자살’의 경우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

디그니타스는 불치병이나 말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단체이다. 1998년 설립되어 스위스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 누구나 회원이라면 임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고통 속에서 다른 선택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매우 필요한 서비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사람이 최소 백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 중 적어도 8명은 스위스 현지에서 조력 사망을 통해 목숨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질환이나 고통으로 인해 삶의 질이 형편없이 나쁘고,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럽다고 느껴진다면 이들에게 본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고통 속의 삶을 억지로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평안 속에서 죽음으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디그니타스 회원 A씨)

“만일 조력사망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면 그러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넓혀지기 때문에 조건이 맞는다면 조력사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성 서울대 명예교수)

◆ 가족에게 남겨질 과도한 부담

“무의미한 연명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가족들이나 간병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그들에게 가해지는 경제적인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빚을 지면서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연명하느니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50대 직장인 B씨)

◆ 장기기증 활성화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이 삶을 포기함으로써, 문제 없는 다른 장기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선물할 수 있다. 나의 고통의 끝과 다른 사람들의 고통의 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 (20대 대학생 C씨)






◆ 생명권의 존엄성

“어떤 생명이더라도 누군가에 의해서 빼앗기거나 끝내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대학생 D씨)


“사회적 부담이나 경제적 이유로 삶을 포기한다면 자칫하면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겐 자신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택’이 아닌 가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의무’처럼 변질될 우려가 크다” (의사나라뉴스 ‘존엄사, 품위있게 죽을 권리? 의무?’ 본문 中)

◆ 의사의 오진 가능성

“의사도 사람이고, 실수로 잘못된 진단을 내릴수도 있다. 의학적으로 가망이 없거나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도 다시 깨어나거나 호전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때문에 생명은 보다 신중하고 존엄하게 취급해야 한다” (흉부외과 의사 E씨)

◆ 의사의 죄책감은?

“의사는 그동안 환자의 고통과 질병을 치료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힐러, 치료자로써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제 킬러의 역할까지 하라는 말인가. 의사가 가지고 있는 의료 윤리에 크게 위배되는 행위이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조력자살이 허용되면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사실상 자살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루라도 더 살리려 노력하는 의사들이 내 손으로 목숨을 거두었다는 죄책감까지 가져야 하나" (의대생 F씨)

◆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말기 치료의 목적은 완치가 아닌 통증 완화이다. 때문에 완화 호스피스 의학이 따로 있다. 조력 사망이나 안락사에 대한 제도적 허용으로 생명 경시 풍조를 묵인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호스피스 의학을 확대해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려 노력해야 한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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