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만 구독자 프랑스 유튜버, 올해 말 벨기에서 조력사망 결심
-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 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ADHD)로 고통... "더는 시련 겪고 싶지 않아"
- 프랑스 네티즌 갑론을박 나뉘어 열띤 논쟁... "고통의 독재에서 벗어나야" VS "이해할 수 없는 결정"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와 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는 프랑스의 한 유튜버가 벨기에에서 ‘조력 사망’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조력사망’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다.
‘조력사망’이란 본인의 결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에서 ‘존엄사’의 일종으로 분류되지만 일반적인 의미인 ‘안락사’와는 다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올림페(Olymp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유튜버 릴리(23)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올해 말 조력사망을 진행하기 위해 벨기에 의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2016년 개정된 법률에 따라서 의학적으로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만 수동적 형태의 조력사망을 허용하고 있다.
구독자 25만 명을 보유한 릴리는 2020년부터 DID와 ADHD를 앓고 있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많은 응원을 받고 인기를 얻었다. DID는 한 몸에 여러 인격이 존재하는 정신질환이다. 릴리 역시 릴리 자신과 루시, 제이, 찰리 등 4개의 인격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릴리는 지난 4일 프랑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DID 환자의 불행한 삶을 고백했다. 방송에 따르면 릴리는 아주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청소년 시절에만 5차례 이상 성폭행 당했으며, 7년간 입양 가족에게 20번의 파양을 당했다. 또, 학교에서는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릴리는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한계가 있다”며 “내 한계는 수년간 극한까지 밀려났고, 이제 더는 다른 시련을 겪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결코 ‘우발적’임이 아님을 강조했다. 릴리는 “내 삶은 아주 피곤하다. (조력사망은) 충동적이 아니라 ‘머리로 명확하게’ 내린 결정”이라며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 수 없고, 다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나는 이미 지난 몇 년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머물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고민, 과거, 나의 뇌에 너무 지쳐있다”며 “(다만)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즐기고 싶고, 또 어떤 일이 일어나 마음을 바꾸게 되는 것에도 열려있다”고 생각을 번복할 여지는 남겨두기도 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둘로 쪼개졌다. 한 프랑스 네티즌은 관련 기사 밑에 댓글로 "수많은 사람이 삶의 몇 분, 몇 초를 간직하고 싶어 애쓰는 데 이해할 수 없다"며 릴리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났다. '조력 사망'이라는 방식을 통해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대한 질책이다. 또한 '조력 사망' 요건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그는 여러 더러운 일을 겪었지만, 계속해서 나아졌다"며 "고통의 독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조력 사망'이라는 인정된 방식을 통해 그가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원하는 입장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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