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폐기? 당연한 얘기, 이제는 건강보험제도 대수술 해야”

-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이세라 원장 “의료현장 목소리 무시한 ‘문케어’”
- “의료쇼핑이 건강보험 부실 불러... 의사당 보험환자 숫자 제한해야”

2017년 8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비급여의 급여화’를 선언하며 이른바 ‘문케어’의 시작을 알렸다. 의사들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리는 문케어가 시행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케어보다는 응급진료나 수술 분야의 투자가 더 시급하다고 호소했으나, 돌아온 것은 정부의 냉담한 무시 속에 강행된 ‘문케어’ 뿐이었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멋지고 낭만있게 등장하는 외과 의사들은 이미 한국의 의료 현실과는 동떨어진 허상일 뿐이다. 의대생들의 전공의 선택에서 산부인과·외과·흉부외과 등은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진료과로 전락한지 오래다. 잘못 설계된 외과계 외과계 건강보험 수가(의료비용) 제도 때문이다.

서울시의사회 이세라 부회장은 이에 대해 “수술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매우 혹독하지만, 대가로 돌아오는 것은 경제적 박탈감 뿐이다. 고생 끝에 받는 보상이 다른 과보다 현저히 적으니 해당 전공의는 갈수록 적어진다”며 “급기야는 나이 지긋한 대학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서고 밤에도 호출되어 응급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얼마 전 서울의 대형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 역시도 이런 구조적 배경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필수의료가 이런 위기에 봉착한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우선 살펴야 할 것은 건강보험 규정상 대부분 경증 질환까지 일률적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의료 수요를 증가시키고 비용 지출을 늘린다. 지난 5년간의 문케어로 더욱 극심해졌다. 가장 급한 것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는 필수의료 분야이다”며 합리적인 변경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자의 과도한 의료 이용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1,2,3차 의료기관을 질병 상황에 맞게 이용해야 하는데, 의료비가 저렴하니 경증이더라도 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다”며 “현행 제도에는 의료기관 이용횟수 제한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건강보험 진료 환자’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부적절하게 산정된 진찰료와 수술비를 정상화하고 의사 1인당 하루 건강보험 급여 진료 환자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급여 기준 이상의 진료는 의사와 환자의 합의로 비급여 처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보험의 가입 목적은 불확실한 미래의 위기를 덜어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현행 건강보험 제도는 진료비를 단순 할인해 줄 뿐이다”라며 “경증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자비 부담이 늘어야 하고, 과도한 ‘의료쇼핑’까지 무제한으로 보상해주는 현행 급여 기준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발표됐던 보건의료인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월을 기준으로 국내의 의사수는 11만 5,000여 명이고, 이들 중 9만 8,000여 명은 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장 근무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가 미용과 성형 분야와 비교해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정책을 보완한다면 공공기관이나 의대 정원 증가를 의료계가 반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고령화에 따라 의료기관 총 이용 비용과 횟수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화장은 “고령화에 대비해 건강보험 재정 대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 수요자의 제한 없는 병·의원 이용을 허용했고,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는 통제 일변도의 의료 정책을 폈다. 정치적 이득을 얻기 쉽기 때문이었다”며 “내 돈을 내지 않으면서 남의 돈으로 거저 받을 수 있는 재화는 없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필수의료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문케어 폐기’를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 경우 의사들은 적절한 적응증과 함께 적절한 수술 시각(골든 타임)이 수술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음을 잘 안다”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과제점검 회의에서 국민 패널에게 연금·교육·노동 문제가 필수 개혁 대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추가해서 건강보험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 문 케어 폐기는 당연하다. 분초를 다투며 생명을 살리는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정책 대수술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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