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주사놓다 환자에 세균 감염시킨 의사, 형사책임 없다”

- 의사 A씨, 환자에 통증주사 놓다 주사부위에 세균 감염시켜 업무상 주의의무 소홀로 기소
- “환자에게 상해 발생했다고 해서 업무상 과실로 함부로 인정하면 안 돼"
- 1·2심은 유죄 판단→ 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환자에게 주사를 놓다가 세균에 감염시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상 과실에 따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과실 여부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천대엽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의 원심 판결을 내린 의정부지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 환자 B씨의 어깨에 이른바 ‘통증주사’라고 불리는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주사부위에 메타실린 내성 확생포도상구균(MRSA)을 감염시켜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의사로서 주사를 놓기 전 자신의 손과 주사기, 환자의 피부 등을 충분히 소독해야 하는 등의 주의를 통해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고, 이로 인해 B씨가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가 손을 소독하지 않은 채로 맨손으로 주사를 놨고, 주사 부위를 닦고 지혈하는 알코올 솜도 제대로 소독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의 ”주사치료로 인해 어깨관절에 세균성 염증이 발생한 것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감정서도 유죄판결의 근거가 됐다.

2심의 경우 A씨의 맨손 주사나 알코올 솜 미사용·재사용 등이 사실이라고 인정하진 않았지만 "주사치료와 B씨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단을 내놨다.

하지만 대법원은 1·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가 주사치료 과정에서 맨손으로 주사했다거나 알코올 솜의 미사용·재사용 등 비위생적 조치를 취한 사실에 대한 증명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업무상 과실로 평가될 만한 행위의 존재나 업무상 과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려면 업무상 과실의 존재는 물론, 업무상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의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설령 의료행위와 환자에게 발생한 상해·사망 등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업무상 과실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의 존재나 업무상 과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면,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의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업무상 과실로 추정하거나 단순한 가능성·개연성 등을 근거로 함부로 이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A씨의 주사치료와 B씨의 상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등의 사정만을 이유로 A씨의 업무상 과실은 물론, 피해자의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까지도 쉽게 인정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 '업무상 과실'의 인정 기준과 증명 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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