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신영석 보사연 연구의원 ‘양자토론’
- 우봉식 “한국 외래일수 OECD 1위, 의사수는 충분” VS 신영석 “고령화 현상으로 의료행위 많아질 전망 고려해야”
- ‘공공의대 신설’문제는 의견 합치... “공공의대보단 지방 의대에 정원을 더 부여하는 것이 옳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해 의사수 증원·공공의대 설립이 빠졌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의료계도 의사 정원 확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과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인 ‘윤희숙의 정책수다’에 출연해 의대 정원에 대한 양자토론을 펼쳤다.
우 소장은 의대 정원 확대 근거로 가장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근거인 OECD 국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통계의 맹점을 지적하며 이 통계를 근거로 의사 수를 늘려버리면 더 많은 의료행위가 발생해 지출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신 연구위원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의사 1인당 평균 업무 강도가 30%가량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오는 2035년에 의사가 2만 7,000여 명 부족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이 시작되면서 사회자를 맡은 윤 전 의원은 “OECD 국가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4명인데 우리는 2.5명 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며 화두를 던졌다.
이에 우 소장은 “의사 수라는 지표 하나만으로 산수문제를 풀 듯 의료의 질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OECD 국가 의료 통계를 보면 한국의 외래진료수는 14.7회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입원병상수,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순환기질전환사망률 등 다양한 지표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국민들이 지금도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OECD국가 중에서 행위수가제를 하는 국가는 한국, 미국, 일본 정도다. 미국과 일본은 수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높아 적은 환자를 보고도 소득 수준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내시경 수가가 2~3만 원 수준인 반면 미국의 경우 3000달러가 넘는다. 100배 더 일을 해야 비슷한 수가를 받는 셈이니 한국 의사들은 많은 양의 진료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 연구위원은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로는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질환 구조 다각화 등 여러가지 요소가 병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2010년 대비 2019년 9년 사이에 의사 1인당 업무 강도가 평균 30% 늘어났다. 의사 한 명이 1주 평균 50시간 넘게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국민들의 내원일수와 입원일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필연적으로 부족분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이용량은 고령화로 인해 2041년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만약 의사 업무량 수준이 2019년 정도로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필요제공량과 공급량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2035년에는 최고 2만7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우 소장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이용량 증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가설이 왜곡됐다”며 “그런 결론이 나온 연구보고서를 보면 의사 추정근무일수를 226일로 잡았다. 실제 의사들은 평균 246일을 근무하는데 현실과 다른 조건을 토대로 결과를 산출하면 당연히 의사 수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느냐”고 반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사가 고령화 때문에 부족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심한 일본을 보자”며 “일본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4명이다. 그런데 일본 의료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 실제 현실은 보지 않고 상상에 의해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다른 보고서와 혼동하고 계신 것 같다. 의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와 근무일수는 관계가 없고, 의사 1인당 평균 제공 업무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일본은 지난 2019년 고령화 상황을 고려해 의대 정원을 1600명 증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우 소장은 “반면 미국도 1000명당 의사수가 2.6명에 불과한데도 의사 수를 늘리려고 하고 있지 않다”며 “다 비용과 관련이 있다. 의사를 늘리면 필연적으로 지출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에 분명 부담을 주게될 것이다”고 반박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던 양 측은 공공의대 설립에 있어서는 ‘필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통일됐다.
우 소장은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가 6만개인데, 영국 전체 병상이 16만개라는 데에 비하면 절대 적지 않다”며 “또 의대는 최소 80명 단위가 되어야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데 폐교한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자고 하지 않나. 공공의대는 6~70년대 한지의사 정책을 다시 도입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신 연구위원 또한 공공의대 설립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신 연구위원은 “지역의료격차 해소, 감염병 대응, 응급의료를 위해 공공의대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굳이 왜 그 해답이 공공의대여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굳이 공공의대를 신설하지 않아도 공공적 목표에 공감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충분히 주고 일정 기간 동안 국가 목적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하게 하려면 해당 지역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지역의대에 진학하고 수련받아야 한다는 이슈가 있었다”며 “부·울·경에서는 지역 학생들을 전체 정원의 80%까지 모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의견에는 우 소장도 동의했다. 우 소장은 “실제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지역의사 정착 요인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해당 지역 출생이거나 해당 지역에서 수련 받은 경우 그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며 “지방에 좀 더 많은 정원을 분배해야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 수준은 너무 좋다. 그렇지만 불구하고 속성진료, 과잉의료, 행위별수가제로 인한 비급여 팽창 등으로 인해 국민의 의료비 지출 부담이 많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우 소장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라고 답했다. 우 소장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있어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며 “큰 병원에 가는 것을 제도적으로 조금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비용을 더 지불하게 하거나 신중한 진료의뢰서 발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를 더 두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가 몰리는 수도권 큰 병원에서는 자원이 부족해 분원을 새로 짓고, 결국 수도권에만 병상이 과잉 공급되는 현상이 생긴다”며 “이는 의료비 지출만 늘릴 뿐 전체 국민 보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라고 답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방 환자들이 자꾸 수도권으로 오는 이유는 의료질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며 “진료권 안에서 웬만한 질환은 치료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갖추고 실력 있는 의사들을 지역으로 유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