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수도권 분원 개설이 이어지면서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다. 저출산과 초고령 사회 진입 등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료인력 유출 및 인프라 붕괴를 부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만 8개의 대학병원이 10개의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수도권 내 병상이 총 6300병상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설립이 가능해진 것은 지자체장들의 표심 목적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대학병원 설립은 중앙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분원 설립의 경우 지자체장이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병상 수급 관리에 대한 고려 없이 우후죽순으로 분원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지역병상총량 제한의 경계가 느슨해진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해 말 성명서를 통해 이런 현상에 의한 의료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 바 있지만 큰 변화 없자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등 전문과 의사회들도 나서는 상황이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미 상급종합병원의 절반이 수도권에 과밀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학병원의 병상까지 확장된다면 지방 의료인력 유출과 지방 필수의료의 인프라 붕괴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출산과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총 인구가 감소세에 접어 든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특히 지방은 젊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향하면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가 더욱 가파르다. 이중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신규 의료인력 공급이 수도권 대형병원들에 집중되어 있고, 경쟁력이 없는 지방의료기관들은 빠르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령 환자의 수도권 이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지방은 인구 감소를 넘어 인구 소멸 국면을 맞이하게 될 우려가 높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앞서 정부의 지방 필수의료 센터 및 지역사회 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센터 및 부가적인 인프라 구축은 수익성이 떨어져 감세를 비롯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인력의 지방 유입을 위해 인적 자원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촉구하며 이를 위한 정부 의지와 저비용은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함께 의료의 공익적 측면을 감안해 이용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금의 의료전달체계는 환자 병증의 경중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내원하는 것이 아닌, 환자가 주관적으로 병·의원을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종별 구분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자의 선택은 특정 의사가 소속된 병원이나 편리한 인프라가 구축된 대형병원들로 쏠릴 수 밖에 없어 의료기관의 과점화 현상이 극심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런 과점화가 구축되면 아무리 교통·통신이 발전한다 한들 의료 소외를 막기는 불가능하다”라며 “이 때문에 과점이 되지 않도록 다수의 의료공금자가 존재하기 위한 강제적 의료전달체계는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도권 분원 경쟁이 인기가 있고 비용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방 의료, 특히 지방 필수 의료가 붕괴된 미래 세대가 그 비용을 더 많이 치르게 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