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 사망률 매년 6.6%씩 증가... 뒤로가는 소아증중의료

-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소아청소년 CPR 시행 양상분석
- 시행건수 하락에도 사망률은 증가... “세계적 추세와 반대”
- PICU 11개 불과하고 의료진도 부족해...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무너져가는 한국 소아 진료의 현실이 낱낱이 드러난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소개됐다. 소아청소년 환자 대상 심폐소생술(CPR)의 시행 건수는 줄어들었음에도 사망률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연구결과이다. 소아청소년 중환자 진료 인프라의 부족의 영향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조중범 교수와 소아청소년과 손명희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 542만 9,471명의 입원 사례를 분석해 그 결과를 미국심장협회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게재했다.

전 세계적으로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 대상 CPR 실시율은 어린이전문병원 0.1~0.9%, 소아중환자실(PICU) 2~6%수준이다. 그러나 병원 내 소아 CPR 생존률은 46%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소아청소년 일반 병동 입원 환자와 PICU 입원 환자, 응급실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CPR 시행 양상과 사망률을 분석했다. 연구 기간 소아청소년 환자 대상 CPR 시행 건수는 총 3,165건이었다.

분석 결과, 한국 소아청소년 환자 CPR 사망률은 평균 50.4%였으며 7년간 매년 6.6%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률 하락 등으로 소아청소년 환자가 줄면서 CPR 시행 건수 역시 꾸준히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CPR 시행 건수는 2012년 550건에서 2018년 381건으로 떨어졌다. 반면 사망률은 같은 기간 47.5%에서 54.9%로 7.4%p 늘었다. 이는 연구팀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적 추세와 배치된다. 미국과 스페인은 지난 10년간 CPR 사망률이 15%p 하락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7년 사이 미국 병원 내 소아 CPR 사망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소아 중증 인프라 부족이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PICU 운영 병원은 소아 CPR 발생률 37.7%, 사망률은 27.5% 더 낮았다. 그러나 미국 전체 PICU가 257개인 반면 한국은 11개에 불과하다. 일반 환자의 급속적인 상태 악화를 막고 CPR 예방 역할을 하는 신속대응팀은 아직 시범사업 단계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지난 2017년 시행되면서 전공의 법정근무시간이 축소됐지만 병원들이 인력 충원을 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연구팀은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와 펠로우 근무 여부가 CPR 후 24시간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전공의법으로 전공의 평일 근무와 야간 당직이 축소되면서) CPR 팀 인력이 부족해지고 무엇보다 CPR 팀을 이끌 고년차 의료진이 줄었다"며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로 소아 중증·응급 환자 진료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의학과 의료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 소아 CPR 사망률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소아 중증·응급 인프라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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