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상 주의의무 소홀 의사, 환자 피해 100% 배상해야”

- 마취 환자에 체온 유지용 식염수백 온도 체크 안해... 환자 화상 입어
- 법원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피해 인정, 100% 손해배상”

대법원이 의사의 진료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의사에게 100%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민사40단독, 김태진 판사)는 환자 A씨와 그의 가족들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9.990여 만원과 A씨의 배우자에게 200만 원, A씨의 세 자녀에게도 각각 100만 원씩 총 1억 49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2월 B씨로부터 어깨 부위에 관절경하 근봉합술을 받았다. 근데 수술 이후 A씨는 우측 주관절과 좌측 슬관절 부위에 피부이식이 필요한 최소 한 달 이상의 집중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화상 피해를 입었다.

수술 당시 B씨가 A씨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체온 유지용’이 아닌 일반 생리식염수백을 전자렌지에 데워 A씨의 사지에 올려놓으라고 지시하면서 식염수백의 온도가 적절한지 체크하지 않은 채 두 시간동안 방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 당시에는 A씨는 마취상태였다. 이후 A씨는 B씨의 과실로 화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B씨를 형사고소하는 동시에 모두 1억 4,936만 여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민사소송도 냈다. 형사소송에서 B씨에게는 유죄가 확정됐다.

민사소송 1심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는 수술 중 주의의무를 위반해 A씨에게 상해를 입게 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100% 인정했다. 일반적으로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적용해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B씨가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벌어진 만큼 B씨가 100%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행위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판단능력이나 의료기술 수준 등에 비춰 의사나 간호사 등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단지 치료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것은 아니다"라며 "A씨가 입은 상해는 B씨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것이므로, 책임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과 개호비, 기왕치료비, 향후치료비, 위자료 등을 모두 더한 실제 손해배상액은 A씨가 청구한 금액보다 다소 적게 나왔다. A씨는 일실수입 2,046만 여원, 기왕치료비 5,837만 여원, 개호비 1,208만 여원, 향후치료비 2,445만 원, 위자료 2,000만 원 등 1억 3,536만 여원을 청구했는데, 일실수입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자료도 A씨가 요구한 금액보다는 적게 산정됐다.

재판부는 A씨가 수술 당시 만 65세를 넘었다는 이유로 일실수입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 연한을 만 65세까지로 보고 있다. 위자료도 B씨가 형사소송에서 합의금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한 점 등을 감안해 A씨에 대한 위자료는 500만 원, A씨 배우자와 자녀들에 대한 위자료는 각각 200만 원, 100만 원씩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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