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지자체 상고 기각... CRPS 지체장애 인정 요구 환자 손 들어줘
- 통증 장애 인정 첫 사례로 주목... “현실에도 반영해야”
대법원이 통증도 지체 장애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에서 통증이 장애로 인정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번 판결이 가져올 향후 판결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와 한우회 등은 현실과 괴리가 있었던 장애등급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강조하며 통증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한통증학화외 한국CRPS 한우회 등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환자김씨가 장애를 인정해 달라며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장해등급결정처분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이를 인정한 원심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김씨는 태백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던 2012년 8월 매립장에서 집게차를 이용해 재활용 공병 재포장 작업을 하던 도중 톤백을 집게차의 집게에 거는 과정에서 왼쪽 엄지손가락의 끝마디에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김씨는 좌상지에 통증과 근력 저하의 소견을 근거로 마취통증의학과전문의로부터 CRPS 소견과 함께 지체 장애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김씨의 장애 진단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진단에 기반한 장해등급 결정도 취소했다.
그러자 김씨는 장해등급결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에서 원심을 깨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충분히 장애로 인정할만 하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였다. 지자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대법원은 근력기능감소 등을 겪고 있는 김 씨의 증상이 통증으로 인해 발생했거나 이를 수반한다는 이유로 장애인복지법령에서 정한 지체기능장애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이를 인정한 원심이 장애인복지법령에서 정한 신체장애의 의미, 장애등급 판정 절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못박았다. 8년간의 싸움 끝에 마침내 통증이 지체장애로 인정되는 첫 사례를 만든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통증을 지체기능장애로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사례"라며 "사실상 당연히 해줬어야 하는 장애 인정이 8년간 시간의 낭비 끝에 결정된 만큼 향후 현실적 장애 상태를 반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주목하며 지원했던 한국CRPS환우회 역시 이번 판결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한국CRPS환우회 관계자는 "이번 확정 판결을 기반으로 CRPS와 관련한 보다 현실적인 장애 판정 기준을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CRPS 환자가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통증학회 또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CRPS를 포함한 만성통증 환자들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증에 의해 유발된 신체 기능의 감소가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첫 발을 디딘 중요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것이 통증학회의 입장이다. 현재 장애인복지법령에 의한 CRPS 장애평가가 병의 중증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있는데다 평가 방법도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통증학회의 의견이다.
대한통증학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CRPS 환자에 대한 장애등급 판정은 마치 축구선수의 실력을 육상코치가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진행돼 왔다"며 "앞으로도 통증학회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합리적인 장애평가 안을 제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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