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환자’ 도왔다 수억원대 민사사송 휘말린 의사, 2심 판결 앞 둬

- 서울고법 인전지법, 17일 최종 변론까지 마무리... 5월 중 선고예정
- 봉침 쇼크 환자 응급처치 미흡했다고 억대 소송
- 유족 측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 에피네프린 투여도 지연돼 사망” 주장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뒤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를 발생한 환자를 도우려다 ‘늦장 대처’라며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가정의학과 의사가 1심에서 배상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고, 2심을 앞두고 있다. 3년 넘게 이어진 민사소송은 최근 2심 최종 변론을 마치고 재판부 선고만 남았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지부는 지난 17일 봉침 시술 후 사망한 A씨의 유족이 시술을 진행한 의사와 응급처치를 도운 가정의학과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심의 최종 변론을 진행했다. 지난 2020년 10월 2차 변론 이후 약 2년 5개월만이다.

A씨는 2018년 5월 15일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 한의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고 아낙팔락시스 쇼크가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판정을 받고 같은 해 6월 6일 사망했다. 시술한 한의사 B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 받아 지난 2020년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한의사 B씨는 물론 당시 환자를 도와 응급처치를 했던 가정의학과 의사 C씨까지 포함되어 ‘선한 사마리아인’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C씨는 당시 한의사 B씨의 요청을 받고 환자를 진찰한 후 에피네프린 등을 투여하고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지난 2020년 2월 민사 1심(원심)은 한의사 B씨에게는 4억 7,148만 원의 배상을 명령하면서도 가정의학과 의사 C씨에게는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내렸으나 유족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의사 B씨가 봉침을 놓기 전 피부 반응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과실이 있고, 원심에서 인정되지 못했지만 의사 C씨 역시 B씨와 마찬가지로 응급처치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특히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C씨가 에피네르핀을 즉각 투여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유족은 “C씨가 A씨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한 뒤 한의원과 같은 층에 있는 본인의 의원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에피네르핀과 덱사메타손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투여가 지연됐고, 기관 삽관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20년 8월 열린 2심(항소심) 1차 변론에서 C씨 측은 "이미 원심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의사협회 등의 감정기록과 관련 형사 사건을 살펴보고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라고 맞섰다.

사건 당시 B씨와 C씨가 적절히 조치했는지를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의료 감정·조회·촉탁 등 추가 증거 제출이 마무리될 때까지 약 3년이 걸렸다. 담당 재판부도 새로 구성됐다.

3차 변론을 진행한 재판부는 "의협 등에 대한 감정 신청 회신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양측 모두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다면 이제까지 제출된 증거를 근거로 쌍방 주장을 판단하겠다"고 변론을 종결했다.

한편 이날 변론에 참석한 유족은 재판부에 조속히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재판부가 양측 조정을 통한 해결 의향을 묻자 "시간이 너무 지체됐고 상처가 크다"며 거부했다.

A씨의 형제인 D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날 대체 진료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한의사에게 봉침을 맞은 형제가 사망에 이르렀는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죽었음에도 죽인 사람은 단 한 번도 사과를 하지 않았고, 사망에 이른 원인도 말해주지 않는다”며 “단 한 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오히려 피해자 잘못으로 미루고 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사람을 죽인 죄를 치르게 해달라”며 조정을 거부했다.

최종 변론이 종료되면서 이번 민사사건 2심 선고는 오는 5월 19일 오전 10시에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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