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인 환자 당사자 아닌 보호자에만 설명... 자기결정권 침해 주장
- 대법원 “미성년 환자와 유대관계 있는 보호자 통해 설명 듣는 것이 더 바람직”
미성년인 환자에게 이뤄질 의료행위와 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미성년 환자 본인에게는 설명하지 않고 보호자에게만 설명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해 환자에게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의료진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2심을 뒤집고 병원 측의 원심 패소 부분을 파기 후 환송했다.
2016년 6월 당시 11세였던 환자는 모야모야병 치료를 위해 서울 소재 종합병원을 보호자와 함께 내원했다. 환자를 진찰한 의사는 보호자에게 질병 치료를 위해선 뇌혈관 조영술을 검사해보고,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성년 환자는 검사 후 같은해 7월 뇌혈관 조영술을 받았으나 이날 간헐적으로 경련 증상이 발생했고, 급성 뇌경색을 진단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다.
원고 측은 의료진이 미성년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설명하지 않은 채 보호자에게만 알려 환자 스스로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환자가 영구적인 장애를 입은 사건에서 의료진이 당사자에게 조영술의 시행과정이나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의사는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 환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보호자를 통해 수용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출된 증거를 보면 시술 경위에 참작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고, 환자 보호자로서 조영술 시술동의서에 서명한 사실도 확인된다”며 “의사가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를 설명했다면 미성년 환자의 권리를 존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미성년 환자라고 할지라도 의료행위에 적극적으로 거부의사를 표현하거나 의사가 보호자에게 설명할 때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음이 명백할 때는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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