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목 내고정기 제거 수술 받고 마비·보행장애 등 후유장애 생겨... 의료진에 손배소 제기
- 1심서 15억 원 배상 판결... 2심에서 뒤집혀
- 법원 “시각적인 접근성만으로 후유증과 의료진 과실 연관 지을 수 없어”
마취 후 수술을 받고 영구적으로 장애를 입은 환자가 마취제의 부작용이 원인이라며 의료진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에서 뒤집혔다. 고등법원은 의료진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21일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환자 A씨가 B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뒤집고 병원 측의 원심 패소 부분을 파기해 환송했다.
20대 남성 A씨는 2015년 10월 우측 발목을 접질린 증상으로 B병원에서 개방정복술과 내고정술을 받았다. 이후 A씨는 1년 4개월 뒤인 2017년 2월 22일 B병원에 다시 방문해 다음날 7시 50분부터 우측 발목 내고정기 제거 수술을 추가로 받았다.
수술 도중 A씨가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진은 8시 25분경 척추마취를 전신마취로 전환했고, 수술은 9시 10분경 종료됐다. A씨는 수술 직후부터 수술 부위 및 머리 통증 등을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척추마취 후유증으로 판단하고 11시 30분경 진통제를 투여했다. 또한 A씨는 수술 당일 오후 4시까지 요의(尿意)가 없었고, 두 차례 정도 자연배뇨에 실패하자 의료진은 오후 8시경 A씨에게 단순 도뇨를 시행했다.
이후로도 다리 통증과 더불어 자연배뇨를 하지 못하는 증상이 계속되자 의료진은 2월 26일 A씨에게 도뇨관을 삽입하고 배뇨장애 치료제를 투약했다.
하지만 도뇨관을 제거한 후에도 A씨의 배뇨 장애, 양측 하지의 근력 및 감각 저하 증상이 회복되지 않자 마취통증의학과와 비뇨기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의료진은 2월 28일 A씨에 대해 요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척수 및 신경근을 압박하는 소견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3월 7일 근전도 검사 시행 결과, 양측 요추하부와 요천추 부위 천골 병변 동반된 마미병변과 같은 다발성 신경근병증 암시 소견으로 임상증상 연관성 확인을 요한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B병원은 A씨를 마미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재활의학과로 전과한 후 하지 통증 및 위약감, 배뇨 장애 증상에 대해 통증에 대한 약물 처방, 물리 치료, 근력 강화 운동 등 재활치료를 시행했다.
A씨는 “수술 과정에서 척추마취 후 오른쪽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양쪽 다리의 느낌이 달랐다”며 “ 병원이 척추마취에 실패해 전신마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비세균성 화학적 염증반응 등으로 척추손상이 진행됐다”고 주장하며 약 2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수술 직후부터 배뇨곤란과 양측 하지 근력 및 감각저하 증상을 호소했으며, 통증 발생 부위와 마취 시술 부위가 일치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수술 이후에 다른 원인이 후유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낮다”며 의료진 과실을 인정했다. 이에 병원 측이 A씨에게 1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2심 법원은 “가는 천자침에 의한 직접적인 신경손상과 국소마취제의 독성에 의한 마미증후군은 매우 드물다”며 “수술 도중 척추마취를 전신마취로 전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당시 환자 상태는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가 모두 안정적이었고, 마취제 주입 시 환자가 경련이나 의식저하 등의 비정상적인 증상을 호소한 사실이 없어 의료진의 침습행위로 후유증이 발생했다 보기 어렵다”고 고시했다.
그러면서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와 인정 사실관계를 종합해 의료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진료행위를 시행하고 관련 부서에 협진을 요청하는 등 환자 치료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단순 시간적 근접성만으로 의료진의 과실과 후유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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