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응급실 워킹그룹 시범사업 검토... ‘취약지 인력난’ 해소 기대

- 복지부, 중앙응급센터에 워킹그룹 시범사업 세부안 요청
- 의사 그룹이 의료 취약지 전담... “병원·의사·환자 모두에게 이득”

정부가 구멍난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응급실 의사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워킹그룹 시범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구 10대 여아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 이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워킹그룹 시범사업에 대한 세부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대구의 4층 건물에서 추락해 머리와 발목을 크게 다친 10대 여성이 2시간이 넘도록 수용 가능 응급실을 찾지 못해 도로 위를 떠돌다 사망하는 등 응급의료체계 붕괴가 더 이상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복지부는 중앙응급의료센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등과 회의를 진행했는데, 워킹그룹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는 의료계 주장을 어느정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킹그룹이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해법으로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응급의학의사회 등을 필두로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어 왔고, 지난해에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높은 비용 문제 등으로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으나, 최근 응급의료체계 대책이 시급해지면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워킹그룹은 일정 규모의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조직을 구성해 병원과 전속계약 없이 유연근무제로 일하는 형태를 말한다. 일례로 한 지방 의료원이 야간에 근무하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10여 명의 워킹그룹 의사들이 교대로 해당 시간을 근무하는 방식이다.

응급의학의사회가 제시한 모델은 의료취약지에서 응급처치를 위한 중간 도착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의 응급실·중환자실을 워킹 그룹이 담당해 급성회복기병원으로 설정하자는 방안이다. 내과적인 중증·응급 환자들은 현장에서 받아 바로 최종 치료 방향을 정하고, 전원수단 마련과 상급병원으로의 연계를 한 번에 관리해준다는 것이다. 최종 치료가 끝난 환자는 급성기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남은 치료를 받게 된다.

즉 119구급대·병원 배정과 최종 치료 이후의 관리를 워킹그룹이 전담하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상급병원으로 1시간 넘게 이송되는 환자의 90% 이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워킹그룹이 도입되면 병원과 의사뿐만아니라 환자에게까지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가능해지고, 의사들의 직업 선택 폭이 넓어져 유연한 스케줄 관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이렇게 되면 환자들 역시 의료취약지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근무 형태의 경우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다른 병원에서 일하면서 파견 형태의 근무가 되거나 10~20명이 팀을 구성해 특정 지역 전체를 담당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워킹그룹은 해외에선 이미 일반적인 의료형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70% 이상이 여기에 속해있고, 근무 만족도가 높고 병원 측의 운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할 당시 코로나19 전담병원에 파견하는 의사들을 전담전문의 규정에서 예외로 한시 허용하는 등 마냥 생소한 개념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도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원조정센터에는 각기 다른 병원에 소속된 의사들이 근무하고 있고, 이들처럼 워킹그룹도 예외 조항으로 묶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또, 지금까지 워킹그룹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이유는 전담전문의를 보유해야 하는 응급의료기관 평가 때문이었기에 이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이 회장은 워킹그룹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용이 반드시 투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취약지 대책은 지방에 있는 국립대에서 파견을 보내는 등 돈을 쓰지 않고 해결하려는 방법들이었고 이 때문에 실패했다”며 “누구나 대도시에서 살고 싶은 게 당연하다. 취약지로 갈수록 인력 수급과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고 이런 문제가 반복되다 보니 현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례로 속초의료원은 4억 원의 연봉을 제시했는데 이를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의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교대로 근무를 한다면 그만큼의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며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팀으로 접근하는 것뿐이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적정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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