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고열증 환자 사망... 법원, “희귀 치료제 미보유, 과실이라 볼 수 없어"

인공디스크 수술 중 악성고열증 사망…치료제 단트롤렌 미비치 과실 아냐
단트롤렌, 전국 병원서 구비 드물고 대학병원도 상시 보유 어려워
법원 “주의의무 다했다…의료진에 손해배상 책임 인정 못해”

인공디스크 치환술 도중 환자가 악성고열증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치료제인 단트롤렌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진에게 과실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광주고법 제3민사부는 최근 A 씨 유족이 집도의 등 병원 의료진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의료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15일 밝혔다.

2022년 6월, 지역 한 병원에서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받던 A 씨는 마취제 투여 후 수술 중 체온이 38도에서 40도까지 오르는 악성고열증 증상을 보였다. 악성고열증은 근이완제 등에 노출된 후 급격한 체온 상승과 과대사증후군이 나타나는 희귀한 합병증으로,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이다.

당시 의료진은 치료제인 단트롤렌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해열진통제 투여 후 환자를 광주 지역 내 단트롤렌을 비치한 유일한 병원인 전남대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A 씨는 끝내 숨졌다.

유족 측은 수술 도중 즉시 약물을 투여하는 등 조치를 소홀히 했다며 의료진의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단트롤렌이 전국 병원 중 실제로 구비한 곳이 매우 드물고, 희귀약품으로 분류돼 공급량 자체가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공급량은 622병에 불과했으며, 대형 대학병원조차 상시 비축이 어려운 약제라는 점이 인정됐다. 실제로 당시 전남대병원도 18병만 보유 중이었다.

법원은 “전신마취 시 악성고열증 발생 비율이 매우 낮은 점, 치료제 단트롤렌은 상시 비치가 어려운 희귀약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구비하지 않았다고 의료진의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 병원 의료진은 체온 저하 등 가능한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사건을 수사한 광주경찰청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의료진을 불송치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