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수호가 답한다. 낙수론은 필수의료살리기는 커녕 대한민국 의료몰락을 부추길 뿐이다."

-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회장, 일차원적인 의대 정원 증원에 문제점 지적
-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진료전달체계 붕괴, 쏠림 현상에 원인”
- “올바른 의료정책 정착 위해 의사들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청산하겠다”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의대정원 증원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독단적인 결정과 추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필수·지역의료 붕괴가 단순히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아님에도 의료계의 목소리를 묵살하며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회장은 본지 <의사나라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이같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정부의 기대처럼 필수·지역의료를 되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전체 의료 붕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다음은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회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Q. 의협회장 후보로서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생각과 의사들의 대응책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위 필수·지역의료의 몰락은 의사수 부족이 원인이 아닌 의사들이 필수·지역의료를 기피하고 비급여 진료와 대도시 근무를 선호하게끔 강제하고 있는 불합리하고 규제일변도인 의료정책의 지속으로 인한 의사인력 분포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원인을 방치한 채로 의대 정원만 늘리면 필수·지방의료를 살리기는커녕 전체 의료의 몰락만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또한, OECD 자료에 의하면 각국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기대수명, 영유아사망률, 회피가능사망률 등에서 우리나라는 모두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또 1인당 의료기관 이용횟수 역시 세계 최다이며, 입원일수는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라있습니다. 이것은 의사가 부족한 국가에서 절대로 달성될 수 없는 수치이며 OECD 국가 평균에 비하면 의사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시스템 대비 부족한 국가는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응급실 뺑뺑이나 소청과 오픈런(열림과 동시에 입장하다) 역시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닌 진료전달체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같은 값이면 큰 병원으로 향하는 의료쏠림 현상에 기인한 것입니다. 환자는 누구나 자신이 가장 중환자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환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갈 곳을 정하는 시스템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고, 이것이 누적되어 의료시스템이 과부화가 걸리는 것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제도적 취약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주 회장은 몰락해가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의학적 판단에 의해서 소신껏 진료하는 의사들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고 노력한 만큼 적절한 보상을 통해 올바른 의료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회장은 “의료계는 짧게 잡아도 20여년 전부터, 길게는 건강보험이 도입될 때부터 대한민국 의료의 몰락을 미리 예견하고 의료제도 전반의 개혁을 요구해왔으나 정부 및 정치권, 언론 등은 의사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해왔습니다. 그와중에 연일 모든 방송과 지면으로 국내에 의사 수가 부족하니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을 알리는 것 조차도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의 정당한 주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하려 한다면 우리 의사들은 저항권을 발동시킬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의사들의 합리적이며 정당한 주장을 묵살한 정부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Q
. 선배의사로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의대정원에 대해 해주고 싶은 제안 및 조언

선배의사로서 현재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주 회장은 이런 상황과 말을 전해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감스럽다면서도 현실을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정부에서 의사수를 늘려 속칭 마이너과와 비급여 시장을 전부 채운 뒤, 넘치는 의사들로 필수 의료를 채우겠다는 것을 정부가 정책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는 곧 국가에서 필수 의료가 비필수 의료에 비해 도태되고, 열등한 의사들이나 지원하는 과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겁니다. 현장의 의사들은 다들 이제 필수 의료가 아닌 ‘낙수 의료’라고 자초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도 의료 현장에 수많은 의사들이 환자를 살리겠다는 신념과 자부심 하나로 생명이 오가는 현장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고, 고질적인 저수가에도 필수 의료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의대 증원을 통해 낙수 효과로 필수 의료를 채우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은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으며 열악한 현실에 대한 개선은 앞으로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전공의를 하던 수십년 전에도 외과는 대표적인 3D과 였지만 그래도 외과의사라는 자부심은 있었고, 외과를 전공하겠다고 찾아오는 후배들을 쫓아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 후배들이 외과를 하겠다고 찾아오면 설득을 해서라도 이들을 포기시키는 것이 인생의 선배로서 도리라고 생각할 지경입니다.”

“소중한 후배들이 몸을 갈아넣어 일을해도 전혀 적절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으며 의학적 판단에 따른 최선의 진료가 심평원 기준에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삭감당하는 자괴감을 느끼는 상황을 후배들에게 권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투철한 사명감 하나로 고된 업무강도와 저수가까지 어떻게든 견뎌낸다 가정해 보시죠. 그러나 이후 과실이 없음에도 환자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민사 배상금을 청구하거나 심지어는 환자를 죽인 ‘살인자’ 취급을 하며 법정 구속하는 나라에서 필수의료가 살아 남을 수 있겠습니까? ” “만일 정부가 의사들의 정당한 주장을 수용하고 의대정원 증원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면 후배분들은 의사가 되기를 결심한 처음 그 생각대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 됩니다. 하지만 정부가 끝내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한다면 여러분들은 초심을 버리고 워라벨이 가능한 삶을 찾으라는 조언을 후배들에게 드립니다.”

“물론 나를 포함한 많은 선배 의사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강행을 온 몸을 던져 막을 것입니다.”

Q.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해 위헌소송을 고려하는 부분

주 회장은 필수의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몰락의 주범으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지목하며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위헌소송까지 펼칠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현재 논란이 있는 필수의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몰락의 주범이며 이를 폐지해 동등한 조건으로 단체 계약이 가능한 제도가 정착이 되어야만 대한민국 의료가 산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미래의료포럼이 발족된 것입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폐지와 동등단체계약제 관철이라는 의료계의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의료계의 주장을 알려야 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무르익어 여론이 형성되면 위헌 소송의 적기이며 가급적 그 시기가 빨리 올 수 있도록 이 한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Q. 의사들의 단결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하고 싶습니까?

주 회장은 의료계의 단결도 호소했다. 의료계의 의견을 보다 명확히 전달하고 알리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가 설정되어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쉽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 소극적으로 수비만 한다면 의료계의 단결과 리더십 확보는 불가능합니다. 올바른 의료제도의 정착을 위해서 일방적으로 의사들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대와 동등하게 논쟁하고 협상하며 때로는 강경하게 투쟁이 가능하도록 공정한 프레임을 만드는 것에 앞장서 자연스럽게 회원들의 단결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일부 의료계에서 의협의 의사결정 방식 등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 회장은 전 의협 회장이자 차기 의협회장 후보로서 개선책을 가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Q. 대한의사협회가 일부 회원들에게 지적을 받고 있는데 전 회장님으로서 그리고 의협회장 후보로서 향후 어떤 개선/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십니까?


“어떤 분께서 미국의사협회(AMA)의 의사결정 방식을 언급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AMA는 보험에 관한 결정원을 각 대표들이 참석한 협회의 보험위원회가 가지고 있는데 논의를 할 때에는 모든 과가 빠짐없이 참여하지만 표결을 할 때엔 이해가 걸린 과는 모두 빠지고 나머지 과들만 표결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며 “AMA의 방식이 정답이라기 보단 내부에서 단일안을 만드는 컴팩트(간편)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우리는 반대로 정관에 보험위원회가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은 각 과가 현안을 가지고 각자 복지부와 접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복지부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각자 뛰는 것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통제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현안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고, 거기서 비롯된 결정을 협회의 공식 요구안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집행부는 대위원회가 결정한 수임 사항을 수행하는 실행하는 조직입니다. 그러나 가끔 보면 협회의 임원이 과연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끔 행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히 협회의 임원으로 임명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 혼자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협회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집행부 최고 의사결정 구조인 상임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은 정관에 명시된 의무위원회, 보험위원회와 같은 각 위원회에서 논의와 결론을 거쳐서 올라와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협회 임원들이 보다 더 협회와 회원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일개 회원이 정당한 주장을 담은 글을 아무리 중앙 일간지 등을 비롯해 기고를 요청해도 실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협회를 대표하는 회장이나 임원은 사안에 대해 수시로 언론에 기고를 하면서 우리가 주장하는 바를 널리 전파해야 합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구나 편향된 시각으로 의사들을 폄하하고 호도하는 주장이 언론에 실리면 반론보도 신청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그때그때 반박을 해야 일반 국민들이 사정을 제대로 알게 됩니다. 한쪽에서 허황된 주장을 매체를 통해 전파하는데 이에 대해 아무도 대응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겐 그것이 사실처럼 받아들여 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바가 힘에 의해 밀리더라도 할 말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