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생아중환자실서 사망 환아, 병원이 억대 손해배상”

- 병원 측이 위급상황 늦게 발견해 환아 사망했다며 6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 수원지방법원, 의료진 과실 일부 인정해 병원 측이 1억 5000여만 원 배상 선고
- “사고 뒤늦게 발견한 잘못 커... 하지만 빠르게 발견했다고 매우 희망적인 상황도 아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으나 의료진이 뒤늦게 발견해 환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의료진에 수억대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된 가운데 법원이 병원 측 책임을 인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사망한 환아의 상태나 당시 상황들을 참작해 책임을 일부로 제한했으나 그럼에도 억대를 넘기는 배상금이 다시 한 번 내려지며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환아 유가족이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위자료를 포함해 손해 배상금 총 1억 5616만 2508원과 그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지난 2019년 7월 8일 산모 A씨가 출산한 B는 산소포화도 증상과 빈호흡 상태를 보이며 C병원 응급실로 전원됐다. 신생화중환자실로 입원한 B는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으로 진단되어 기관 내 삽관과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나아져 인공기도삽관을 제거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7월 9일 오후 4시경 다시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고 우측 폐에 기흉이 확인되어 기도삽관과 흉관 삽입 시술을 받았다. 이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신생아폐동맥고혈압지속증이 확인되자 의료진은 고빈도진동환기치료가 가능한 호흡기계로 변경하였다.

C병원의 간호기록에 따르면 7월 10일 오전 9시 1분경 의료진이 B의 울음소리를 듣고 확인한 결과 삽관된 튜브가 비계획적으로 발관된 것을 확인해 6분경 새 튜브를 삽입했으나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20분경 흉부방사선 검사에서 좌측 폐에서도 기흉이 확인되어 약 7분 후 흉관 삽입 후 심폐소생술을 지속했으나 약 2시간 후 B는 숨졌다. 사인은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을 동반한 신생아폐고혈압증과 양측성기흉, 기종격동, 심막기종합병증으로 추정된다.

이에 A씨 등 유가족은 비계획적 발관 사고를 뒤늦게 발견하는 등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B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병원 측에 위자료를 포함해 손해 배상금 6억 1774만 160원과 그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을 일부 인정해 의료진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진료기록에 따르면 사고 발생으로 추정되는 사고 발생으로 추정되는 시점 직전까지 B의 활력징후는 정상적이었다. 간호 기록에는 사고 발견 직후인 오전 9시 2분경부터 청색증이 나타났으며 앰부 배깅으로도 ‘환자가 움직임 없이 축 늘어졌다’고 기재되어 있다. 6분 뒤인 9시 8분경에는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지 않고 심박동 정지가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B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된 정황과 경위는 물론 의료진이 사고를 발견한 시점부터 심박동이 정지하기까지 그 사이 별다른 원인이 개재되어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의료진이 비계획적 발관을 뒤늦게 발견한 과실이 있다고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B가 Cuff가 없는 기관 튜브를 삽관하고 있어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도 튜브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상태였고 의료진은 튜브가 빠질 경우 저산소증이 심화되는 등 치명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사고 자체가 B의 상태 악화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이지만 만약 비계획적 발관 사실을 의료진이 즉시, 좀 더 빠르게 발견하고 제때 조치가 이뤄졌다면 B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C병원 측이 신생아중환자실 구조상 의료진이 사고를 놓쳤을 리가 없다고 항변한 것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병원 측의 주장에 대해 “신생아는 매우 작아 비계획적 발관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고, 위중한 환아가 있는 신생아중환자실이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료진이 비계획적 발관을 유발했다거나 기흉 진단이 늦어졌다는 유가족의 주장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비계획적 발관이 발생하는 비율은 소아나 성인보다 훨씬 높다. 신생아는 신체 구조 등의 이유로 불가항력적으로 비계획적 발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비계획적 발관이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의료진이 어떠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간호 기록이 추후에 수정된 것을 “의료진이 증명을 방해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수정했다”고 문제 삼은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중환자실의 특성이나 응급상황이었던 것을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의료진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작성된 만큼 내용 그대로를 100% 신뢰할 수 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호흡곤란증후군은 사망률이 6.3%에 이르고 신생아의 경우 지속성 폐고혈압 관련 추정 사망률이 7~10%에 달한다. 비록 비계획적인 발관 처치 지연이 없었더라도 B의 상태가 매우 희망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한 사고 발견이 지연됐으나 "유가족 측이 주장할 정도로 늦었다고 볼 수 없고" 늦었지만 의료진은 B가 회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모든 방법과 인력을 동원한 점"을 참작했다. 신생아 신체 구조상 발관 여부를 쉽게 보기 어렵고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해야만 (사고) 즉시 발견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

사고 발견이 지연된 이유는 "의료진 개개인의 능력이나 주의력 문제보다는 신생아중환자실 운영과 인력 배치 등에 관한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병원 운영 측에 위자료 2200만 원을 포함해 손해 배상금 총 1억 5616만 2508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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