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취소? 상관없다”…인턴들 사직 전염되나

- 모 대학병원 인턴들 사직서 취합
- “어떤 제재 들어와도 감수하겠다”
- 전공의들 “주종관계처럼 굴복시키려 한다”

사직서를 쓴 A씨가 “면허가 취소 되어도 상관없다”고 말한 것이 화제이다. 해당 대학병원 인턴들은 담합해 사직서를 미리 작성해 놓았으며 대한전공의협의회에도 이와 같은 사실들을 통보하며 병원에 사직서를 낼 시기를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발표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허망감이 들어 ‘희망’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 지난 2020년 대전협이 파업에 돌입해 의사가운을 벗는 모습이다

A씨는 7일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시행되는 미래를 생각했을 때 한국에서 의사로 근무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정부 발표로 보고 굳이 인턴을 수료하고 힘든 전공의 과정을 밟으면서 의료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동료들이 늘었다. 서로 이야기하다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체행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법적 조치하겠다는 보건복지부 입장에 대해서도 “의사면허가 취소돼도 상관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이 나라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만큼 개인적으로 면허가 취소돼도 상관없다”며 “어떤 제재가 들어와도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협이 취하려는 행동 방향과 다를 수 있기에 우리의 의사를 대전협 측에 전달했다”며 “대전협으로부터 답변은 아직 듣지 못했다. 만약 단체행동이 시작되고 (내부 행동 방향이 정해지면) 바로 사직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해 둔 상태”라고 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오후 9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사직서를 작성 또 다른 인턴 B씨도 강경했다. B씨는 “(지난 2020년 때처럼) 연차를 쓰고 투쟁하게 되면 언젠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나. 그래서 사직하는 것”이라며 “소위 말하는 ‘인기과’ 전공의로 합격했지만 포기하겠다는 동료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린다고 했지만 이대로면 오히려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동료들도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턴 휴게실에 사직서를 두고 쓸 마음이 있는 사람을 쓰자고 얘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이틀 만에 모두 사직서를 작했다”며 “평소 개인적인 이유로 의사를 그만두겠다거나 ‘다른 일을 찾겠다’, ‘의사를 하느니 건강이나 챙기겠다’고 말하던 동료들도 있었는데 이번 정부 발표가 기폭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직 합의된 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전협이 가는 방향과 우리의 방향이 다를 수 있기에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할지 아니면 개인의 뜻에 맡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반감은 전공의와 의대생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자체도 “비상식적”이며 특히 정부가 주종관계처럼 의사를 대한다는 비판이다.

서울 지역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C씨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부터 수련병원 현장점검, 경찰 동원, 형사처벌 등의 내용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말을 듣지 않으면 때려잡아서 해결할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협력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데 마치 주종관계인 듯 굴복시키려는 모습에 실망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 수련병원 소속인 전공의 D씨는 “경찰 배치나 업무개시명령 시 주요 감시 대상자 명단도 함께 공개됐는데 차라리 이참에 정부가 이들을 감시하면서 필수중증의료 분야 전공의의 근로 상태도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했다.

의대생들은 부실 교육을 우려했다. 충청 지역 모 의대 의학과(본과) 4학년생인 E씨는 “의대생들이 전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지 않는 이상 당장 2,000명을 늘리면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강의, 임상실습뿐 아니라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도 차질이 생긴다. 표준화환자(SP)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인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대 예과 2학년생인 F씨는 “정부가 단체행동을 위한 단합력을 약화시키고 분열을 유도하기 위해 증원 규모를 세 자릿수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2,000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한 이후 오히려 단체행동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이 늘었다”고 했다.

전북 지역 의대 본과 1학년 G씨는 “오늘(6일)을 기점으로 총파업이나 집단 휴학의 방향이 정립될 것 같다”며 “당장 분개하거나 억울해하기만 할 게 아니라 단체행동에 적극 동참하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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