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분원 경쟁 심화, 위기의 의료전달체계

-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신설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혀
- 코로나19 대응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 나와

최근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앞다퉈 분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환자 및 의료인력의 쏠림 현상으로 결국은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원내 주요 3당 소속 의원을 모아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한국 의료자원 이용의 왜곡과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 위기의 지역 중소병원
이날 토론회에서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병원은 지역의 의료공백지역과 의료 소외계층의 수요를 충족하는 등 지역주민의 건강증진 등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왔지만,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중소병원의 현실은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여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중소병원은 지역의 의료공백지역에서 의료소외계층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등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은 물론 지역사회 의료에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며 "간호인력 수급문제 개선, 대학병원 분원설립 제한, 중소병원 토요가산제 확대 적용, 특수의료장비 설치기준 관련 공동 활용 등을 통해 중소병원의 의료여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각도로 포괄적 접근이 필요
이러한 위기의 지역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의 문제 및 대안’을 주제로 발제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지역 중소병원의 몰락과 의료시스템 위기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신설 ▲공공병원 신설 추진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중에서도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신설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했다. 병상과잉문제가 나올 때면 항상 표적이 되는 요양병원보다 대학병원이 더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 소장은 “우리나라 의료이용체계 문제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수가나 규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억제하기 위해 특정 경증질환진료를 억제하면 풍선효과로 다른 진단명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우봉식 소장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이용체계 단기대책으로는 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의료이용체계를 확립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각도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차의료기관과 지역 중소병원의 건강관리 역할 강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증설문제 해결 위해 중앙정부에 개설 인허가권 부여 ▲대학병원 진단 후 집 근처에서 수시 입퇴원 가능한 지역병원과 회복기능 담당 병원 신설 ▲지역‧기능별 병상 자원 수급 기준 마련 및 지역‧기능별 필요병상 수 운영 계획 수립 ▲규모 중심 에서 기능중심으로 의료이용체계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서구사회는 전통적으로 국가나 교회 등을 중심으로 사회복지나 종교적 시혜 형태로 의료서비스가 공급된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 의료에 대한 국가 투자가 어려웠을 때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로 의료서비스가 발전했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그런데 최근 일부 학자들이 그동안 민간 의료기관이 국민 건강에 기여한 것에 대해 폄훼하고 민간 의료기관을 마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도덕한 존재로 호도하면서 공공의료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각종 규제를 통한 민간 의료기관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 소장은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행되면서 건보제도는 더욱 왜곡되는 양상”이라며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행되면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위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지면서 대항병원 환자쏠림이 더욱 심화되면서 의료시스템 붕괴의 길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의료계도 창의적 사고와 생산적 논의를 통해 국민과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 제안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예정된 시스템 붕괴의 길에서 지속 가능한 새로운 길로 되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무분별한 분원 설립 경쟁에 빠진 대학병원
‘지역중소병원의 현실과 역할’을 주제로 발제한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 역시 대학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이사는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점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학병원 분원 개설 여부 결정 ▲의료인력 이동으로 인한 대혼란 초래 ▲대학병원 분원 환자쏠림으로 인한 중소병원 도산 및 의료생태계 파괴 ▲병상공급 과잉으로 인한 의료이용량 과잉 ▲PA 등 불법의료인력 활용 ▲의사 수 증가라는 정책 추진의 그릇된 근거로 활용 등을 꼽았다.

김 이사는 “지역의료가 제대로 강화되고 중소병원들이 의료전달체계상 허리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증상 중증도에 따른 의료이용체계 기준 확립,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중소병원을 위한 실질적인 육성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상종병원, 코로나 중증환자 진료 소극적
발제에 이은 토론에 참석한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은 코로나19 대응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애병원은 지난 12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지 1주년이 됐다.

김 원장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의료전달체계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을 볼 수 있다”며 “미래지향적체계를 위해서라도 중소병원 지원 확대, 다양한 수가개발을 통해 중소병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한 수도권 외 의료취약지역에 투자비용과 유지보수비용이 큰 대형병원 지원보다 인센티브제도 등을 통해 중소병원을 지원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중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에 참여하는 곳은 부산대병원, 울산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공단 일산병원 등에 불과하며 이들 병원들이 보유한 중환자병상은 총 66병상으로 박애병원 하나가 보유한 중환자실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지금 대학병원들은 요양병원 집단감염으로 발생한 코로나19 중증환자는 받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상급종합병원들은 항상 의료전달체계에서 중환자를 진료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현 코로나19 대응에서는 정부행정명령에 따른 허가병상의 1% 정도만 기여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립대병원 한두곳을 비워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지금 의료붕괴 위기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이미 붕괴가 됐다. 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병원 전체나 1/3 정도를 비운 곳은 모두 중소병원”이라며 “이런 상황이 바로 의료자원이용 왜곡의 증거”라고 덧붙였다.


◆ 정부의 대책은?
한편 보건복지부를 대표해 참석한 의료기관정책과 오창현 과장은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 설립 규제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 과장은 “국가병상수급을 위한 정책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지역별 병상수급현황을 분석 중”이라며 “(병상) 신‧증설 규제 원칙 마련을 위해 시도와 협의하고 있으며 시도별로 병상수급계획을 작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시도별 병상수급계획을 대학병원의 수도권 분원 설립 규제책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 외 중소병원 폐업 등 의료 현안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등을 통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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