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또다시 인상? 정부의 비급여 진료 관리 제도 개선이 시급

- 보험사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내년에는 20% 이상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방침
- 하지만 내년 보험료 인상률은 올해 수준에 그치거나 올해보다 소폭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

국내 보험사들이 내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하며 보험료 인상 작업에 나섰다. 계속되는 적자로 이미 올해 초 보험료를 대폭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로선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내년에도 20% 이상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 보험업계가 바라는 수준의 보험료 인상률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보험료 인상은 업계 자율로 정하는 게 원칙이나 총 가입자가 35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금융당국이 매년 보험사에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 보험료 인상률 결정에 개입하는 구조다.

지난해에도 보험업계는 1·2세대 실손의 경우 20% 이상, 3세대 실손의 경우 10%대 초반 인상 등 평균 21% 인상률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회사별 평균 10~12% 인상률 책정으로 결론이 났다.

◆ 보험료 업계 “20% 인상 필요” 주장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을 알리는 안내문을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15일 전까지 해당 고객들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상품에 따라 10∼20% 정도로 안내하고 있다. 이는 잠정적인 인상률로, 이달 말경 최종 인상률이 결정되면 안내문이 재발송된다.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2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보험료를 대폭 올렸지만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실손보험 구조 탓에 적자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만 1조9696억 원에 이른다. 손보사들의 점유율이 80% 수준임을 감안하면 손보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전체 실손보험의 적자는 올해 3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세대 ‘구(舊)실손보험’의 9월 말 현재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은 140.7%다. 보험료로 100만 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40만7000원이 나간다는 뜻이다. 3세대 ‘신(新)실손보험’의 손해율도 2019년 100%에서 올 9월 말 현재 112.1%로 올랐다.

◆ 보험료 인상률, 올해 수준이거나 소폭 인상될 전망

하지만 보험업계가 바라는 대로 보험료 인상률이 적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보험료는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총가입자 3900만 명인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만큼 당국이 매년 보험사에 의견을 전달하는 식으로 보험료 결정에 개입해 왔다.

지난해에도 업계는 1세대와 2세대 ‘표준화 실손보험’에 대해선 20%, 3세대는 10%대의 인상을 주장했지만 당국의 지침에 따라 평균 10∼12% 인상률로 확정됐다. 보험사들은 2015∼2017년엔 손해율 등을 감안해 보험료가 필요한 만큼 인상됐지만 2018년 이후 당국의 가격 개입이 이어지면서 실손보험 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더욱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장기화에 물가 상승까지 겹쳐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내년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까지 검토하고 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을 앞둔 점도 부담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과 가입자 간 형평성뿐 아니라 보험사의 흡수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내년 보험료 인상률이 올해 수준에 그치거나 올해보다 소폭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근본적 문제 원인을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 이용'이라는 실손보험 적자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올해 역시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증가한 데에 비급여 항목의 재정 누수 영향이 컸다. 대표적 사례가 백내장 수술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779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올해 15배가량 급증한 1조1528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손보험의 적자 구조는 단순한 보험료 인상률 제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년간 억제된 보험료 인상률이 추후 재적용되면서 전체 가입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료 추가 인상을 막으려면 정부의 비급여 진료 관리 제도 개선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보험업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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