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중환자실 전문의들... 근무시간 급증에 사직 잇따라

의정사태 이후 전문의 주당 근무시간 62.7→78시간... 일부 125시간까지
월 당직일수 5.6→6.2일 증가...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우려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전환 시급... "체계적 장기 계획 필요"

올해 초 발생한 의대정원 확대 관련 의정사태 이후, 중환자실 진료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들의 근무 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일부 전문의들이 사직하는 등 중환자 진료 체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증·응급환자 중심, 중환자실 진료체계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홍석경 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상세히 발표했다. 이 조사는 금년 9월 상급종합병원 27곳과 종합병원 15곳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정사태 이전 중환자실 인력 구성은 전문의 2.13, 전임의 1.99, 전공의 2.72, 인턴 1.55의 비중이었다. 그러나 전공의와 인턴의 집단사직 이후인 5월 기준으로 이 비율은 전문의 2.39, 전임의 2.05, 전공의 0.28, 인턴 0.22로 크게 변화했다.



이러한 인력 구조의 변화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들의 근무 시간 증가로 이어졌다. 전체 조사 대상 기관에서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2.7시간에서 78시간으로 늘어났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60.6시간에서 76시간으로, 종합병원에서는 68.4시간에서 83.2시간으로 급증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주당 10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홍석경 기획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전문의는 주당 최대 125시간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당직 상황도 크게 악화되었다. 원내 상주 당직 전문의의 월 평균 당직일수는 5.6일에서 6.2일로 증가했으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4.3일에서 6.8일로 크게 늘었다. 또한, 이전에는 '온콜' 당직자가 실제 당직을 서지 않았으나, 현재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모두에서 한 달에 5회 이상, 많게는 15회까지 당직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업무 부담의 증가로 인해 중환자실을 떠나는 전담전문의도 늘고 있다. 조사 결과, 146명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중 17명(11.6%)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처우가 더 나은 근처 병원이나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이러한 사직 움직임이 중환자실 현장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가속할 수밖에 없고, 번아웃이 될 대로 된 상태에서 인력 충원은 안 되고, 사직서 얘기가 돌면 전문의들 스스로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응급실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들이 많이 느끼지만 병원에서 중간에 위치한 중환자실 의사 당사자들도 두려움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기획이사는 중환자실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체계적인 계획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유행 시마다 중환자실이 임시방편으로 확장되어 왔다고 설명하며, "위기 상황마다 병상 확장에 급급하고, 중환자실 질 향상 및 의료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시설 계획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홍 기획이사는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로의 전환과 근무환경 개선, 전문인력 양성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환자실 시설을 계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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