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전화 가능 = 경증? 사망해야 중증인건가"... 복지부 발언 강력 반박

"치통 호소했던 환자, 알고 보니 대동맥박리"... 현장 경험 토대로 반박
"진단은 간단한 문제 아냐"... 의대 6년·전공의 5년 과정 필요성 강조
"통계 위한 기준 아닌 환자 생명 우선"... 정부에 현장 방문 촉구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의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생 가능한 환자에게 지금이 아니라 사망한 후 병원에 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 차 출신으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박 차관의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응급실 현장의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응급실에 걸어들어오는 환자는 정말 많다. 그중 진단 결과 뇌출혈, 심근경색인 경우는 정말 비일비재하다"며 "당연하게도 일부는 죽는다. 내원 당시 그들은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왔다면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 차 시절 경험을 들어 단순한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가 실제로는 중증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치통을 호소하며 걸어서 응급실에 내원한 고령의 할머니가 실제로는 대동맥박리라는 중증 질환을 앓고 있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보기 드문 사례였고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황당하지만 당시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다면 그 환자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진단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중증과 경증을 나눌 수 있다면 트리아지(Triage)라는 응급 환자 분류 체계는 물론 6년의 의대 교육과 5년(인턴 포함)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 역시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에게 보고할 숫자를, 국민을 호도할 통계를 예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환자를 당신의 실적으로만 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은 "대통령의 말처럼 부디 의료 현장에 가보라. 당신의 가벼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가져오게 될지. 엄숙한 진료 현장에서, 오늘 단 하루라도, 무겁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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