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추간판파열로 손해배상청구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기각
법원 "생활 습관이 질병 악화에 더 큰 영향 미쳐"
추나치료의 기여도 입증 부족, 설명의무 위반 주장도 기각
한의원에서 열흘 이상 도수치료를 받은 뒤 추간판파열로 장해진단을 받은 환자가 한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한의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환자가 질병이 악화된 원인이 치료 과정이 아닌 환자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다.
지난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환자 A씨가 한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72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다. A씨는 허리 통증 치료를 위해 2020년 11월 18일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B씨의 한의원을 찾았고, 이후 열흘 이상 추나치료와 침치료를 받았다.
A씨는 11월 22일과 24일을 제외하고 28일까지 매일 한의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다. 치료는 경혈침술, 투자법 침술, 자락술, 건식부항 유관법, 경피경근온열요법, 오적산연조엑스제 처방, 단순 추나치료 등이 포함되었다. 11월 25일 A씨는 B씨에게 허리 통증은 감소했지만 엉덩이와 허벅지 통증이 심화되었다고 호소했고, 이에 B씨는 다음 날 병원에 오지 말고 가벼운 운동을 하라고 권유했다.
A씨는 11월 26일 하루 종일 누워있다가 빨래 등 집안일을 한 후 산책을 했으나, 과도한 활동으로 인해 20분도 지나지 않아 극심한 통증을 느껴 집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 날에도 다리 통증이 지속돼 보행이 어려워졌고, 결국 남편이 차로 한의원까지 데려가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통증은 점차 심해졌고, 11월 28일 오전 10시경 다시 한의원을 찾아갔으며, 한의사의 권유에 따라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전원하여 MRI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A씨는 추간판파열 진단을 받았다.
12월 2일, A씨는 전원된 병원에서 경막외강성형술을 시행받았으나 통증이 계속되었고, 12월 9일에는 제4, 5요추간 신경감압술, 후궁제거술, 추간판제거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재발하여 12월 29일 제4, 5요추간 재수술과 추간판제거술을 다시 받았다. 이후 A씨는 경북대병원에서 맥브라이드식 노동능력상실율 23%에 해당하는 유장해진단을 받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A씨는 한의사 B씨의 치료 방식이 잘못되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를 치료할 때 요추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B씨는 허리 관절의 한계를 넘는 힘을 가해 추간판장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추간판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도 하지 않았고, 요통의 근본적 치료를 위해 추나치료가 가장 좋다고 추천해 환자가 치료 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진료기록 등을 살펴보면 A씨의 상태가 악화된 시점은 11월 26일로, 한의원을 방문하지 않은 날로 추정된다"며 "당일 A씨가 집에서 누워 있다가 빨래하고 산책한 후 다리 통증을 호소한 점을 고려하면, 육체적 활동이 질병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A씨의 기존 치료 기록 등을 근거로, 추간판파열이 추나치료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역시 "추간판탈출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추나치료와 같은 외부 충격이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매우 희박하다"며 "A씨가 11월 18일부터 28일까지 동일한 치료를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추간판파열이 추나치료로 인해 급성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11월 26일 A씨가 집안일과 산책 후 다리 통증이 악화된 점을 미루어볼 때, 해당 활동이 질병 악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법원은 "추나치료는 침습적 치료가 아닌 비침습적 치료에 해당하며, 환자에게 서면으로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소송 제기 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하며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점도 고려되었다.
2심 재판부 또한 1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대구지방법원은 "A씨는 시술 직후 증상이 발생했다고 진술했지만, 추가로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11월 26일 오후 9시경 집안일과 산책 후 다리 통증이 발생해 응급실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며 "과거에 A씨가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 및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추나치료가 이번 추간판 탈출증 발생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법원은 한의사 B씨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고, A씨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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