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예방제 '트루바다', 적응증 취소 위기에서 기사회생

- 대상 환자수가 많지 않은 약제는 항상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에, 다른 약제와 다르게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
- 감염 전문가들은 PrEP 요법이 시급한 HIV 감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트루바다의 급여 조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재심사에 돌입한 길리어드의 경구용 에이즈 치료제&예방제인 ‘트루바다’(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에 대해 시판 후 조사기간을 2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재심사 요건을 달성하지 못해 자칫 품목 허가 취소 위기에 놓였던 트루바다는 기사 회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021년 12월 24일 진행한 ‘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 성분제제의 시판 후 조사계획서 변경(조사대상자 수 조정)에 대한 타당성 여부 자문 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며 “희귀의약품의 경우 환자 수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업체가 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심사를 하지 않지만 트루바다는 예방 요법이 추가됨으로써 대상 환자수가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어 재심사를 부여하게됐다”고 자문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 퇴출 위기의 '트루바다'

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은 HIV 감염 치료 및 예방목적에 사용되는 제제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당 성분 제제는 길리어드의 트루바다정이 유일하다. 그동안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었으나 지난 2019년 'HIV 노출 전 감염 위험 감소 요법(Pre-Exposure Prophylaxis, 이하 PrEP 요법)' 적응증이 추가되면서 희귀의약품에서 제외되며 재심사 대상이 됐다.

길리어드측은 지난 2018년 2월부터 시판 후부터 조사를 진행해왔지만 올해 2월 4년간의 재심사 기간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아직까지 증례수를 채우지 못해 품목허가 취소 위기에 놓였었다.


◆ 재심사 통과의 현실적 어려움
현재 HIV 치료제 신약의 등장으로 인해 '치료' 목적으로 트루바다를 처방받는 환자는 극소수다. 또한 길리어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 18명 정도가 HIV 치료에 트루바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재심사 기간을 2년 연장한다 하더라도 68례의 증례수를 채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의료계에서도 HIV라는 질환의 특성상 환자들이 개인정보 공개를 꺼려 증례를 수집하기 어려운데다, 예방 요법에 대한 급여 기준마저 까다롭게 설정, 현실적으로 증례수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조사 기간 2년 연장
이에 중앙약심 안전-의약품재심사소분과 위원회는 "신규 환자 대상 후향적 전수조사 방식으로 트루바다의 시판 후 조사 기간을 2년 연장해 68례를 수집하도록 하고, 추가 조사 결과 증례수가 또 부족할 경우 해당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치 방안을 재결정"하도록 제안했다.

한 전문위원은 "재심사의 목적은 새로운 약의 안전성 정보를 확보하기 위함인데, 본 제제(트루바다)는 새로운 약이 아니다"라며 "상당히 많이 사용돼 온 제품으로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위원은 "(트루바다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약"이라며 "에이즈 치료제는 시판 후 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증례수가 부족하다. 대상 환자수가 많지 않은 약제는 항상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에, 다른 약제와 다르게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또한 일각에서는 트루바다와 같이 이미 10년 넘도록 사용되며 안전성을 담보 받은 약을 재심사 요건을 채우지 못해 허가 취소의 위기를 반복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면서 전문위원들은 'HIV 예방' 목적에 대한 트루바다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한 전문위원은 "(트루바다는) 미국, 대만에서 에이즈의 감염률을 줄인 데이터가 있는 유일한 약제"라며 "감염내과에 있는 사람으로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여 에이즈 감염률을 줄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급여 조건 확대의 필요성
현재 트루바다는 국내에서 'HIV 감염인의 성관계 파트너'에게만 PrEP 요법으로 급여가 적용된다. 그외 고위험군 대상에게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감염 전문가들은 PrEP 요법이 시급한 HIV 감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트루바다의 급여 조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또다른 전문위원 역시 "(트루바다가) 여러 노력을 통해 국내 도입됐는데, 급여 문제로 현재 사용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노력해 제제의 쓰임을 넓히고, 재심사 관련 기준 완화 등을 통해 (본 제제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이 없도록)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다른 전문위원도 "(트루바다는) PrEP 요법이 가능한 유일한 제품이기 때문에 유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면서 "환자군 자체가 적은 병증에 대한 PrEP 요법의 경우 국민 대상으로 홍보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약심 위원장은 식약처가 제안한 신규환자 대상 후향적 전수조사 방식으로 시판 후 조사 기간을 2년 연장해 68례를 수집하는 것으로 하되, 2년이 되기 전에 68례를 수집할 경우 조기 종료 가능토록 하고, 환자를 못 모을 경우 추가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조치방안을 결정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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