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의료정보 미제공으로 진료기회 놓쳐…주의의무 위반”
대법원 파기환송 뒤 재심리서 충남대병원 책임 인정
“환자 진료 연속성 위한 정보 공유는 의료기관의 기본 의무”
의료기관이 전원(轉院) 과정에서 환자의 주요 의료정보를 다음 병원에 제공하지 않아 환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절반의 과실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최근 응급환자의 전원 과정에서 의료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하반신 마비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충남대학교병원이 50%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앞서 대법원이 기존 1·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뒤 진행된 재심리 결과다.
이번 사건은 이아무개씨가 충남대학교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비롯됐다. 이씨는 “응급실 진료 후 전원된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하반신이 마비됐고, 이는 충남대병원이 필요한 의료정보를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물었다.
1심과 2심은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환자의 권리를 중심에 둔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전고법은 재심리 끝에 “환자의 엑스레이, MRI 검사 결과 등 핵심 의료정보가 전원 병원에 제공됐다는 근거가 없다”며 병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될 경우,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정보 제공은 의료기관의 기본적 의무에 해당한다”며 “이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적절한 진료 기회를 놓친 결과로 하반신 마비와 방광 기능 손상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병원에 50%의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한 금액 중 절반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을 대리한 신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대표)는 “의료기관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때, 단순한 이송에 그쳐선 안 되며, 환자의 진료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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