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회피' 유승준, 비자발급 두번째 소송도 패소..."보호할 공익이 더 커"

- 비례의 원칙을 바탕으로 심리해봐도 유씨가 잃게 되는 사익은 '수익적 행정행위의 거부'로 말미암아 얻지 못하게 된 수혜적인 이득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자발급 거부는 정당

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씨가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두 번째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비자 발급이라는 사익보다는 공정한 병역의무 이행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28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된 유씨는 재외동포 비자를 받아 입국하려 했으나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자 이에 행정소송을 내 2020년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과거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유 씨의 비자 발급 신청을 재차 거부했고, 유승준은 2020년 10월 다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유씨 측은 비자 발급 거부 자체가 헌법상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입국을 오랜 기간 막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과도한 불이익 처분”이라고 주장을 펼쳤다.

이에 외교 당국은 적법 절차에 따라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며, 대법원의 판결이 비자 발급 거부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으니 다시 비자 발급 여부를 판단하라는 취지일 뿐 유 씨에게 비자 발급을 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피하고 싶을 군 입대와 모두가 원치 않는 복무기간, 누구나 두려운 위험과 희생을 함께 나누어 부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공정한 책임의 배분'"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유씨의 존재가 대한민국 영토 최전방 또는 험지에서 가장 말단의 역할로 소집돼 목숨을 걸고 많은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대한민국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씨에게 비자 발급을 해줘 얻게 되는 사적 이익과 발급하지 않았을 때의 공적인 이익을 비교한 뒤 "불허함으로써 보호해야 할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바탕으로 심리해봐도 유씨가 잃게 되는 사익은 '수익적 행정행위의 거부'로 말미암아 얻지 못하게 된 수혜적인 이득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자발급 거부가 정당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유씨가 일시적·인도적인 이유로 입국할 경우, 일시로 입국금지조치를 해제해 입국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 연예 활동을 하기 위한 절차로 보이는 재외동포 비자 발급만 거부하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심리하고 "국가기관을 기망해 편법적으로 국외로 출국한 다음 시민권 취득절차를 밟아 병역기피 행위에도 해당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유씨가 국적을 이탈하고 20년이 흐른 현재까지 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해보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고려함에 있어 이러한 갈등적 요소를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거나 만연히 간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유씨에게 대한민국과의 관계성을 회복하거나 국적이탈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에 가까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정황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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