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주거 급여로는 ‘지옥고’ 반복 될 뿐...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 15년 사이에 반지하 거주 58만 명에서 32만 명으로 줄어
- 고시원·쪽방은 40만 가구 늘어나

반지하 주택이 장마철, 집중 호우 기간마다 피해를 본다면, 고시원에서는 화재로 인한 참사가 끊이질 않는다. 2018년 11월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로 기초생활수급자 4명을 포함한 고시원 거주자 7명이 사망했다. 서울시는 참사 후 고시원 방의 전용면적을 7㎡ 이상, 유사시 탈출에 용이하도록 방마다 창문 설치하도록 건축조례를 변경하고, 화재 원인 중 하나였던 ‘스프링클러 미설치’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고시원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소방시설 및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법도 개정했다.


▲ 출처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도 올해 4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고시원에서 불이 나 2명이 사망했다. 국일고시원 참사로 개정된 건축조례는 2022년 7월 1일 이후 ‘신축·중축·리모델링 고시원’에만 해당해 사고가 난 고시원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간이 스프링클러도 10분 동안 작동했지만 재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반지하, 쪽방, 고시원 등 모든 비적정 주거 거주 가구들은 그곳이 좋아서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주거 상향을 통해 그곳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으로 함께 묶여 불리지만 반지하 가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시원 거주 가구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는 지옥고 실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 거주 가구는 2005년 58만 7000가구에서 2020년 32만 7000가구로 대폭 줄었다. 반면 주거 환경이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고시원·비닐하우스·판잣집·쪽방·컨테이너 등) 거주 가구는 같은 기간에 5만 7000가구에서 46만 3000가구로 늘어났다. 이 중 고시원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 이외의 거처’가 급속도로 늘어난 시기는 서울 강북 일대가 재개발을 진행한 시점과 맞물린다. 재개발로 밀려난 반지하 거주 가구가 고시원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내 거주층 항목을 보면 2010년과 2015년 지하 거주층 가구는 51만 8000가구에서 36만 4000가구로 5년 사이에 15만가구가 대폭 줄었는데 같은 기간 주택 이외의 거처는 12만 9000가구에서 39만 4000가구로 26만 가구가 넘게 대폭 늘었다.

8일 집중 호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자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반지하 거주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지상층 이주 시 월세 지원(2년간 매달 20만원)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급조되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주거 취약계층 전반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도시연구소의 ‘지옥고 보고서’에서는 주거 급여 보장 수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거급여(서울 1인 가구 최대 32만 7000원) 보장 수준으로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지옥고’뿐이라 참사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국일고시원 화재부터 최근 반지하 수해 참사까지 피해자 대부분이 주거급여를 받고 있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단편적인 대책을 쏟아내는데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비적정 주거 전반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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