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도 112 신고 가능해진다... 위급할 때 버튼만 ‘똑똑’

- 말하기 어려운 범죄 상황에 노출된 피해자들 고려
- 말 대신 전화기를 두드리거나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112 신고 접수

범죄 피해 내용을 신고하기 어려운 위급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위해 말 대신 전화기를 ‘똑똑’ 두드리거나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112신고 접수가 가능해지는 시스템이 도입될 전망이다.

22일 경찰청은 시민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손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똑똑 캠패인’을 시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신고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 있어 직접적 신고가 어렵거나,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상황 등에서도 즉시 112 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신고자가 휴대전화를 툭툭 치거나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경찰이 112 신고로 간주하여 ‘보이는 112’ 링크를 신고자에 발송하게 된다. 신고자가 문자를 받고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경찰은 신고자의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신고자의 위치와 주변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신고자의 휴대전화의 채팅화면을 구글 웹화면처럼 꾸며서 신고한 사실을 가해자에게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실시간으로 경찰과 채팅을 나눌 수 있는 방식으로 이같은 ‘보이는 112’는 지난 1월부터 시행되어 왔다. 경찰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신고 접수 방법을 휴대전화 두드림 등을 더 다양화하기로 했다.

경찰 측은 “가정폭력이나 파트너 폭력 피해자의 경우 신고 전화를 걸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캠패인 도입 일정은 조율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피해자의 112신고에 경찰이 휴대전화 버튼음이나 두드리는 소리, 위장 역할 등으로 대응한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지난 2020년 11월 경남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은 가정폭력을 당하던 여성과 버튼음으로 소통해 구조에 성공했다. 당시 경찰은 101동부터 차례로 숫자를 부르면서 피해자가 해당 동에서 버튼을 누르게 하는 식으로 피해자의 주소를 특정해 냈다.

지난해 4월 서울 노원구에서는 한 여성이 늦은 밤 경찰에 세 차례 전화를 걸어 말없이 끊거나 ‘모텔’이라고만 말했다가, 네 번째 전화해 짜장면을 주문하자 경찰이 위급상황임을 알아채고 피해자에게 혹시 맞았냐고 물어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해당 경찰관들의 직감과 훌륭한 대처방식을 통해 신고 접수가 이뤄진 것으로, 캠페인을 통해 공식적인 절차로 자리 잡으면 피해자들이 더 쉽게 신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찰청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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