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을 재조사하는 멕시코가 전 법무장관에 이어 전·현직 공무원과 군인 등 80여 명을 추가로 수사선상에 포함하고 신병확보에 나섰다. 21일(현지 시각) 밀레니오와 레포르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연방 형사 제2 지방법원은 아요치나파 교육대학 학생 43명 실종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에서 청구한 8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아직 정확한 영장 발부 명단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경찰관 30여 명, 군인 20여 명, 카르텔 14명, 공무원 5명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검찰에서 영장을 청구한 혐의는 조직범죄, 강제 실종, 고문, 살인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19일 체포된 헤수스 무리요 카람 전 법무장관에게 24일까지 예방적 구금(미결구금) 명령을 내렸는데, 예방적 구금은 보석 없이 법원이 설정하는 일정 기간 구치소에 가둬두는 조치를 말한다.

마르코 안토니오 푸에르테 타피아 판사는 카람 전 법무장관에 대한 예방적 구금에 대해 “사건의 심각성과 당시 피의자의 지위를 고려해 12시간의 심리 끝에 내린 판단”이라며 “현재도 그는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수사 관련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점을 인정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카림 전 법무장관은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별다르게 저항하지 않았으나, 법원의 구금 결정에 대해선 “무죄 추정 원칙은 죽었다”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재조사에 돌입한 이 사건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이었던 2014년 9월 26일 발생했다. 당시 멕시코 게레로주 아요치나파 교대의 학생들은 ‘지역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멕시코 시티 집회를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였으나 이괄라 지역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은 사건이다.

이들 중 일부는 사건 현장에서 사망하였으나, 사망한 이들을 제외한 43명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은 지역 마약 카르텔과 결탁한 경찰이 총격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학생들을 납치한 뒤 경쟁 카르텔 조직원으로 속여 지역 카르텔에 넘겼고, 지역 카르텔에서는 이들은 경쟁 조직원으로 인식해 살해 후 시신을 불태웠다고 결론 내렸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검찰의 이같은 수사 결과를 두고 “증거 부족”, “부실 수사”라며 크게 반발했지만, 헤수스 무리요 카람 전 법무장관은 이런 검찰의 결론에 대해 “역사적 진실”이라고 옹호하며 사건을 급하게 덮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되어 집권하게 되었고, 그는 의문점이 많았던 해당 사건을 재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멕시코 정부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조사한 뒤 “연방 공무원은 물론 군대와 경찰 등 모든 수준의 정부 당국이 광범위하게 연루된 국가적 범죄”라며 해당 사건의 조사 과정이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고 밝혔으며, 재조사를 진행한 검찰 측 관계자 역시 “전 정권에서의 조사 결과는 고문에 의한 허위 증언과 불법 증거 수집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알레한드로 엔나시스 인권차관은 “당시 교대생 사이에서는 군 장병이 잠입해 교대생인 척 신분을 속여 활동 중이었는데, 이 장병이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상부에 보고하고 있었다”면서 정부 당국이 충분히 학생들의 상황을 전달받고 학생들을 구해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