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합된 사드 문제 다시 활화산 조짐... 정부 “안보주권” 정식배치 나서
- 전문가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 多”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한국과 중국 관계에서 활화산이자 휴화산이다. 2017년 사드 국내 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양국의 갈등이 폭발해 얼어붙었었으나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로 봉합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사드문제가 최근 다시 불붙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사드 3불’에 더해서 사드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까지 추가로 꺼냈다. 윤석열 정부는 사드는 ‘안보주권’이라며 중국과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현재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 상태인 사드를 정식 배치하기 위해 일반환경영향평가 등을 서두르고 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뒤 외교부의 당국자는 “사드문제가 향후 한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 이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하며, 양국이 사드 문제의 파괴력을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에 최근 사드 갈등이 폭팔적으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국내 배치를 미국의 대중국 포위 조처에 한국이 동참한 것으로 간주한다. 특히 중국은 대만 분쟁 때 사드가 자국 군사행동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해협 위기가 높아졌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바다 건너 불구경’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한해협의 군사적 긴장감이 증폭되던 지난 9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 28명에게 대만해협 충돌 시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물었다. 다수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투입될 것으로 답했다. 특히 중국의 대만 본섬 공격(19명)이나 중국과 대만의 전면전(21명) 등 무력 충돌의 강도가 높을수록 주한미군의 투입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대만 해협에서의 충돌로 주한미군이 투입된다면 한국은 중국을 견제, 공격하는 미국의 발진기지가 된다. 실제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지난 5일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을 때 주한미군의 U-2 정찰기가 대만해협 근처로 비행했다고 한다. 이 정찰기는 이미 2020년부터 대만해협, 서해 산둥반도와 보하이만 등에서 중국을 감시 정찰하고 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군사대립과 위기고조는 한중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미중 군사안보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논문에서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 무력 분쟁이 격화되어 중국이 미 해군과 공군을 목표로 하여 공세적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은 부족한 자국의 해공군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동맹국에 전략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중섭 국방장관은 대만해협 분쟁에서의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에 대해 “미국 쪽이 시급하게 그렇게 운용할 상황이 있다고 하면 우리 국민이 우려한는 것들을 존중하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과도하게 우리가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2006년 1월 한미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라는 내용에 근거하여 설명했다.
정욱식 한겨례평화연구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2006년 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 공동성명 내용을 근거로 하여 우리 영토를 이용하는 미국 군사력에 대한 주권적 통제 방안을 마련해,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미국과 중국의 군사 충돌에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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