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내 성폭력 사건으로 피해자 극단 선택...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판단해 보험금 유족에게 지급
- 근로복지공단이 가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구상금, 기각돼
회사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며 피해자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가해자를 상대로 하여 보험금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회사 동료였으며, 이 경우 산재보험법상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 ‘제3자’에 가해자는 제외된다는 취지이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재판관)는 근로복지공단이 해당 사건의 가해자 A씨에게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013년 1월 28일 피해자 B씨는 한 시험원에 입사해 2015년 10월 4일까지 근무했다. 입사 5개월 차였던 2013년 6월 A씨가 B씨에게 임신 및 성생활과 관련된 부적절한 말을 여러 차례 했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혼전임신 여부와 성적인 요소가 포함된 말, 성차별적인 말을 쏟아냈다. 불필요한 신체접촉도 있었다.
이후 B씨는 결국 2015년 9월 17일 지속적 성희롱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3일 뒤 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B씨는 회사 내의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근무지를 옮겼으나 병가를 내고 정신과 등에서 치료받다가 결국 2017년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A씨는 강제추행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 유예 2년으로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으로 벌금 1000만 원으로 감형되고 형이 확정됐다.
당시 B씨 아버지는 B씨의 사망이 업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보상금을 청구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며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 후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성희롱과 성추행을 가한 불법행위자며, 망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으므로 A씨가 보험금 상당의 구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산재보험법이 정한 구상권 청구대상인 '제3자'에 해당해 근로복지공단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산재보험법 제87조 1항의 제3자는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없지만, 재해노동자에 대해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사람을 말한다.
1심은 A씨가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A·B씨가 같은 회사서 일하긴 했으나, A씨의 가해행위는 범죄행위로 업무 관련성이 거의 없고, 제3자가 아니라고 봐 구상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A씨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경제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항소했으나, 2심은 항소 이유가 1심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출된 증거를 종합하면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며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가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B씨가 동일한 사업주 아래 직·간접적으로 산재보험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다.
그 근거로 A·B씨가 같이 근무한 회사 자체가 가해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곳이며,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근로자이기에 A씨 역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업무상 재해에 대해선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 보상책임을 져야한다고 보는 것이, 산재보험의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원심은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 동료 근로자가 궁극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제3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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