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보육원 출신 대학생들, 통장엔 정부지원금 그대로 남아있어

- 광주서 극단적 선택했던 보육원 출신 대학생들, 정부가 지원했던 자산형성 지원사업 ‘디딤씨앗 통장’에 가입
- “복잡한 절차에 출금 어렵다... 제도 개선 및 실태조사 필요”

최근 광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보육원 출신 대학생들의 디딤씨앗통장에 정부 지원금이 그대로 남아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원금의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장의 사용 방식을 개선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딤씨앗통장에 가입한 전국 대상자 4만 5,217명이 만기 후에도 찾아가지 않은 적립금이 총 1,81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딤씨앗통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자산형성 지원사업의 하나로, 빈곤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고 건전한 사회인을 육성한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매달 저소득층 아동이 이 통장에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정부가 입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지원, 저축해주는 방식이다. 만 18세부터 학자금이나 주거비 등 특정 용도에서만 만기 해지가 가능하며 만 24세 이후에는 제한없이 전액을 출금할 수 있다.

최근 광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보육원 출신의 자립 준비 청년들도 이 통장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육원을 나와 올해 초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A(18)군은 지난달 21일 광주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 조사 결과 보육원에서 나오며 받았던 지원금 약 700만 원을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경제적 부담에 의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A군이 기숙사에 남긴 쪽지에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 짧은 글이 적혀있었다.

이어 같은달 24일에는 광주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B(19)양이 한 아파트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장애가 있는 부모를 둔 B양은 보육원에서 지내다 지난해 아버지가 거주하는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고 생활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두사람의 통장에는 정부 지원금 등 1165만 원과 560만 원이 모두 출금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들은 만기가 된 통장의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금을 하기 위해선 증빙서를 지참해 지자체를 방문하고 승인을 얻어 다시 은행에 지급 요청 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와 더불어 통장 명의가 지자체로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 의원은 "디딤씨앗통장의 명의가 실소유주인 보호 대상 아동이 아니라 지자체인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본인 돈임에도 잘못된 행정절차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 청년들이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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