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원 회식 참여 후 무단횡단 사망, ‘순직’”

- 인사혁신처 “무단횡단은 안전수칙 위반” 순직 급여 50%만 지급
- 법원 “직무 관련한 회식 불가피하게 참석해 만취” 순직 인정

공무원이 회식자리에 참여한 후 만취상태로 무단횡단하다 사망했다면 개인 과실이 적용되지 않는 순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정상적으로 순직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가결중과실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6급 공무원인 A씨는 2020년 6월 10일 저녁 상관 및 부서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가지고 귀가하던 중 집 근처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자동차에 치여 다음날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인사혁신처는 “공식 회식이었더라도 만취상태로 무단횡단을 한 것은 안전수칙 위반”이라며 가결중과실 결정을 내렸다. A씨의 개인 과실이 큰 만큼 순직유족급여도 절반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A씨 유족은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A씨가 중간 관리자라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판단 능력이 없어져 무단횡단을 했다"면서 "사고차량은 제한속도를 시속 25㎞나 초과해 운전자의 과실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소속 기관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술을 마셨다거나 과음과 무관한 사고가 아닌 한 공무상 부상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이어 "(6명이 참석한) 회식에서 마신 술이 소주 12병, 맥주 4병이나 되고 상급자가 과음 행위를 만류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면서 "직무 관련 회식으로 불가피하게 만취상태가 됐고 이로 인해 정상적 판단능력을 상실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단횡단을 했는데 이는 중대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법원이 회식을 업무의 연장선으로 보고 판결을 내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회사원이 회식 후 만취상태로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일에 대해 업무상 재해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식자재 납품 회사에서 영업팀 과장으로 일하던 B씨는 2018년 10월 회사가 주최한 ‘식자재 활성화 TF’ 회의를 마친 뒤 직원들과 회식했다. 1차 회식을 마친 B씨는 친분이 있는 동료들과 2차 모임을 가졌고, 자정 무렵 집에 귀가하던 도중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B씨는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하에 있던 이 사건 1, 2차 회식에서의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며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는 (회식 전에 열린) 회의를 직접 주관한 담당자로 회의 준비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보이고, 강도높은 업무 직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적은 양의 음주로도 쉽게 만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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