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면서 수능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의 ‘감금 합숙 생활’도 마무리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들은 마지막 5교시가 끝나게 되면 39일 만에 외부로 나오게 된다. 수능 출제와 관련된 사항은 평가원의 기밀사항으로 합숙소와 인원 등은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출제 오류 사태 이후 개선된 출제 및 이의심사제도에 따라서 위원들의 합숙 기간이 2일 늘어나고,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탓에 1일이 추가되어 합숙기간이 총 3일 늘어 39일이 됐다. 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선정되면 가족들에게도 행선지를 비밀로 하고 해당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이 곳에서 다시 합숙 버스를 타고 ‘진짜’ 합숙장소로 이동한다.

수능 출제 관련 사항은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철저히 비밀로 하기 때문에 문제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모든 것이 기밀 사항이 된다. 문제를 유출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모든 전자기기 반입은 금지되며, 인터넷은 문항 출제 및 검토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블루투스 이어폰 등 통신이 가능한 모든 기기도 사용할 수 없다.

이들은 39일 중 절반 동안은 수능문제를, 남은 절반은 예비문항을 출제했다. 11월 초쯤 출제를 마치고 인쇄소로 문제를 넘겼더라도, 잠깐의 휴식 후 다시 같은 분량의 예비문항을 출제해야 해서 심적·체력적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후, 2018년부터는 예비문항을 만들게 됐기 때문이다.

배달음식 반입도 불가능하다. 위원들은 조리사가 만든 밥을 2교대로 먹으며, 음식물 쓰레기조차 보안요원의 점검을 거친다. 인터넷은 출제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보안요원 감시 아래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위원들은 이 같은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문제를 내고 반복되는 토론을 거쳐 문제를 선정한다.

합숙소 안에서는 출제·검토 위원 500여명과 급식, 보안 등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200여명 등 총 700명이 함께 생활한다. 행정업무 요원들도 비공개로 선발한다.

한편 지난해 수능 생명과학Ⅱ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해 법정 공방 끝에 정답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교육부는 올 초 수능 출제 기간을 2일 더 늘리고 탐구 영역 검토자문위원들을 4명 증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함께 합숙한 탐구 영역 검토자문위원도 기존 8명보다 11명 늘어난 19명이 됐다. 증원 인원을 애초 4명에서 11명으로 더 늘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권고받은 인원보다 7명을 추가해 11명을 늘렸다”며 “문항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크로스체크를 하면서 긴장감 속에서 일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