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발생했던 폭행 상황에서 현장에 있었지만 이를 알면서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던 경찰관에 대해 내려진 감봉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3일 광주지법 행정 2부(부장판사 채승원)는 A 경감이 광주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감봉 1개월 징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A경감은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8시 무렵 광주 동구의 한 술집에서 지인과 술자리를 하는 도중 동석했던 건설시행사 대표 B씨(50대, 남성)가 C씨(40대,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자리를 피했다.

당시 A경감이 상황을 목격하고도 이를 외면하는 장면이 CCTV 녹화본을 통해 보도되며 범죄를 단속하고 피해자 구호가 1순위가 되어야 할 경찰관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과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A 경감은 지난해 12월 7일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따른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A 경감은 피해자가 구호를 적극적으로 거절했고, 순찰차가 오는 것을 보고 경찰관으로서 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귀가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장 증거를 토대로 A 경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술집 안팎 CCTV 영상에 따르면 A 경감은 1차 폭행 당시 다른 동석자 2명이 B씨의 몸을 붙잡고 말리는 동안 별다른 제지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며 “주저앉아 있는 C씨를 보고도 구호 조치나 신고 없이 자신의 휴대전화만 챙겨 밖으로 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술집 밖으로 나온 B씨를 강하게 제지하지 않고 B씨가 술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 폭행이 이어졌다”며 “A 경감은 형사과 강력팀장인데도 무차별 폭행이 이뤄진 관내 현장에서 범죄 단속·수습과 피해자 구호 조치 등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A 경감은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범죄를 단속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찰관으로서 범죄 단속을 소홀히 해 언론에 보도되는 등 경찰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한 점에서 사회적 비난의 정도가 작지 않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