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尹 한마디에 ‘미분양’ 매입 임대 검토... “현실성 없다” 비판도

-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7,000가구 대상 정부가 매입 후 임대 검토 착수
- 방 2,3개 지방 아파트가 80% 이상... “매입 대상으로 적절한지 의문”

국토교통부가 미분양된 아파트를 매입한 뒤 임대 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업무보고 때 “공공기관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취약계층에 다시 임대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라”는 지시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6일 부동산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현재 미분양 아파트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기관을 통해 매입해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미분양 위험 수위를 6만 가구로 설정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말 미분양 주택은 5만 8,027가구로 이달 말 공개될 통계에서 6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결국 윤 대통령의 제안은 빈집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공공기관이 사들여 임대 주택으로 사용한다면 건설사와 주거 취약층 모두에 좋지 않겠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취지는 좋지만, 속을 내다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현재 미분양 아파트 5만 8,027가구 중 5만 1,016가구는 1,2순위 청약에서 미달되어 입주자를 다 채우지 못한 경우이다. 완공까지 1~3년 남은 일반 미분양 아파트는 당장 계약률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 임대주택 활용카드는 업계의 요구사항과는 거리가 멀다. 더군다나 정부는 최근 미분양에 따른 건설사 자금난을 풀어주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5조원 규모의 미분양 대출보증상품을 내놔 급한 불도 껐다.

나머지 7,011가구(12%)는 시장에서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완공까지 됐지만 빈 집으로 남아있는 아파트라 대통령의 제안에 완벽히 부합한다. 다만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인 일반 미분양과 달리 준공 후 미분양은 1년 내내 7,000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준공 후 미분양이 정점을 찍었던 2009년(5만 2,000가구)에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정부 지원보다는 건설사 자구책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매입 임대 사업은 이미 진행중에 있다. LH가 청년·신혼부부·다자녀 유형에 따라서 전용면적 16㎡~85㎡ 이하의 주택(빌라·오피스텔·아파트 등)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매입 대상이 아니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예외다. 지난해까지 전국 대도시 대부분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LH가 얼마든지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미분양 아파트의 매입 실적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미분양은 신축 아파트라 할인 분양해도 단가가 높아 예산을 감안할 때 초소형 아파트 외에는 구입할 수 있는 매물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준공 후 미분양은 전용 40~85㎡(방 2, 3개)가 5,761가구로 전체의 82%를 차지하고 지역별로는 부산·경남·경북 등 지방(5,959가구·84%)에 집중돼 있다. 올해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6조 원을 활용해 매입임대주택 3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대통령 제안대로 이 예산을 준공 후 미분양 매입용으로 돌린다고 가정하면, 결국 지방의 방 2, 3개짜리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야 한다. 그런데 지방은 미입주 임대주택도 상당해 "임대주택용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과 다양한 임대 수요 계층을 고려하면 빌라가 매입임대로 가장 적당하다"며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며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미분양 매입정책이 당장 시행되긴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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