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가 70만 원? 집집마다 ‘난방비 폭탄’ 떨어진다

- 한파 속 뒤늦게 날아오는 에너지 위기 ‘청구서’
- 올해 추가인상 유럭... 다음 겨울은 더 추울 것으로 전망돼 ‘울상’
- 방풍 커튼·뽁뽁이 등 집집마다 자구책으로 ‘분주’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74)씨는 최근 12월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전월 24만 5,010원이었던 관리비가 한달 사이에 74만 5,550원으로 3배 넘게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난방비가 가장 큰 이유였다. 김씨 집 난방비는 전월 5만 2,130원에서 이달 54만 2,030원으로 열배 이상 치솟았다. 겨울에는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것이 당연했지만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도 30만 원 이상 올랐다. 김시는 “25도로 맞춰놓고 있었는데 지난달 명세서를 받고는 아예 보일러를 끄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세대가 설 연휴 직전 날아든 ‘난방비 폭탄’에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꾸준히 올랐던 가스·열요금이 난방 수요가 높은 겨울철이 되며 한꺼번에 청구된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지난해 네차례에 걸쳐 꾸준히 30%대(도시가스 36.2%, 지역난방 34.0%)가 인상되었으나 가정에서는 난방 수요가 높은 겨울철에 실감하게 됐다. 특히 김씨처럼 중앙난방을 쓰고, 단열이 떨어지는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개별·지역난방 대비 실제 인상 폭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전후로 시작된 국제 에너지 위기 여파다. 지난해 한국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도입 기준가격지표인 JKM은 재작년 1MMBtu당 15.04달러에서 34.24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 지표는 러시아가 유럽의 경제제재에 반발해 천연가스 공급관을 끊은 지난해 한때 60~70달러대로 치솟기도 했다. 평소의 6~7배다.

정부는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스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 국내 LNG 도입의 약 80%를 맡은 공기업 한국가스공사(036460)에 국제 시세 급등 부담을 미수금 형태로 전가해 왔다. 그러나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작년 1분기 말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등 개별 공사가 현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정부는 지난 한해 네 차례에 걸쳐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5.47원씩 인상했다. 이게 올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가스요금이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겨울보다 다음 겨울의 ‘폭탄’이 더 크고 강해진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국제 천연가스 시세는 여전히 평년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달 초 JKM 시세는 27달러에 이른다. 작년보단 낮아졌지만 재작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남짓이다. 전문가들의 현 국제 천연가스값 고공 행진이 2025년까지 이어지리라 전망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탈러시아산 가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께 9조 원에 이르렀던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올 1분기 말엔 14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결국 가스요금을 올리거나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돈이다. 지난 2012년 고유가 때도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5조 5,000억원까지 늘었는데, 이를 회수하는 데는 5년 걸렸다.

정부도 물가 부담을 이유로 올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했으나 2분기 이후의 요금 추가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26년까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2년 고유가 여파로 발생했던 5조 5,000억원의 가스공사 미수금을 회수하는 데만도 5년이 걸린 걸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분기 이후의 인상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난방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소비자 스스로 실내 적정온도(18~20도)를 유지하는 등 절약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난방비 폭탄 명세서를 받아든 소비자들은 창문과 문틈에 찬바람을 막는 방풍 커튼을 씌우는 등 발 빠르게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실내 난방온도 상한을 역대 최저인 17도까지 낮췄다.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는 에너지 요금 인상과 맞물려 저소득 취약계층 가구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 한도를 재작년 연간 12만 7,000원에서 19만 2,000원으로 올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대상 가구가 직접 신청해야 지급하는 제도의 한계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재작년 83만2014 에너지 바우처 지급대상 가구 중 6.6%인 5만 5,323가구는 냉·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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