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야속한’ 노화, 이제 예방·치료 가능... 국내 연구 상황은?

- 2050년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 급격한 고령화
- “국내 노화과학은 시급한 이슈에 우선순위 뒤로 밀린다”

WHO가 노화(Old age)를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한 이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은 노화극복 임상연구를 목표로 경쟁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가파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노화융합연구단은 지난 27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발간한 ‘초고령화 대응 노화과학 R&D 현황’ 보고서를 통해 “노화과학은 감염병, 질환 등 시급성을 요하는 이슈들에 비해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려오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단은 “국가의 R&D 연구비 성장에 발맞춰 노화 분야의 연구비 양적 성장이 있었지만 여전히 해외 주요 기관의 연구비에 비교해 터무니 없게 적다”며 “연구 인력도 소수의 인원이 다양한 기관으로 분산되어 배치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나이티드 네이션의 'World Population Prospects : 2019 Revision'에 따르면, 2019년에는 전 세계 인구 11명 중 1명 꼴(9%)로 65세 이상의 노인이었지만 2050년이 되면 6명 중 1명(16%)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적으로는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생산가능인구의 저하로 인해 노년부양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망 속에 글로볼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혈액 내 역노화인자, 노화세포 제거, 다중오믹스 기반 노화예측 및 질병 진단, 장내미생물과 수명 등 다양한 노화제어 전략을 바탕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국내는 노화 분야 과제의 수가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나 신규과제 보다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과제가 대부분이며 연구개발의 성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연구가 원천기술을 발굴하는 기초연구로 진행되고 있고, 타깃 약물 개발에 중점을 둔 연구는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연구단은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분야의 연구는 아직 소수의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고, 기술이전도 많은 부분 천연물 소재에 집중된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노화 치료가 가능해지려면 치료제 개발과 더불어 노화의 공통적이고 표준적인 마커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연·병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연 노화 상황에서 나타나는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변화를 추적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국내 노화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노화 분야 연구를 살펴보면 의약학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관절염, 고혈압 등 퇴행성 질환과 암 같은 노인성 질환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해외에서는 2018년 노화 자체에 질병코드를 부여된 이후 노화는 직접적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됐고, 노화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새롭게 조성된 것과 비교해 국내 상황은 상대적으로 근시안적이라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단은 "화학적 암 치료제에서 유래한 노화 치료제는 정상세포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므로,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 상황이 아닌 자연 노화 상황에서 치료제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라며 "노화 특이적인 치료제 개발 구조가 새롭게 확립돼야 하고, 이는 화학적 암 치료제개발 구조와는 다른 노화 특이적인 방식으로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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