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 7.8 강진에 진앙 깊이도 18km로 낮아 위력 강력해
- “200여년 간 지진 징후 없었던 지역... 내진 설계 전무”
- 10년 이상 지속된 시리아 내전으로 건물 대다수가 노후 및 손상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으로 하루 만에 사망자가 5000명에 육박하는 등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이어지는 여진으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주요 해외 외신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6일 오전 4시 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33km 떨어진 내륙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고, 약 9시간만인 오후 1시 24분경 멀리 떨어지지 않은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km 지점에서 규모 7.5의 강력한 여진이 이어졌다. 첫 충격 이후 30시간 동안 규모가 최소 5 이상인 여진 13차례를 포함해 총 12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에서 6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로 총 213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날 오전 사망자는 4,000여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도 2만여명에 이른다. 집계를 할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BBC는 “이번 지진은 규모 7.8의 위력 자체도 강력한데 다가 진앙의 깊이가 18km 지점으로 매우 얕았다. 더군다나 진원지도 가지안테프에서 불과 33km 떨어진 지역이었기에 충격이 컸고, 발생한 시간도 대부분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새벽시간대여서 더욱 인명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튀르키예는 지진 발생이 자주 있는 나라에 속하지만,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가지안테프는 200년 이상 대지진이나 경고 징후조차 없었던 지역이었다”며 “대처에 익숙한 지역보다는 대비 수준이 낮았다”고 덧붙였다.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지진에 대응할 수 있을만큼 견고하지 않았던 탓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인접한 시리아의 경우 10년 이상 지속된 내전으로 인해 건물의 상당수가 노후화되거나 손상이 극심해 충격에 더욱 쉽게 무너져내렸다. 튀르키예와 접경지역인 시리아 북부는 내전을 피해 이주해온 수많은 난민들이 머물고 있었다.
튀르키예에서도 1950년대 대규모 이민자 유입 이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계획된 도시개발이 난무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까지 튀르키예에서만 건물 5,605채가 무너져 내렸고, 상당수의 건물이 지진 당시 무너져 내린 탓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매몰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키쇼 자이스왈 건축구조 엔지니어는 AP통신에 “튀르키예에는 노후화한 건물이 많았고, 시리아에선 오랜 내전 및 빠른 건설로 구조물이 취약한 상태였다”며 “지진으로 건물 위층이 붕괴되며 그대로 아래층을 덮쳤고 또 그 아래 층층이 팬케이크처럼 쌓였다. 이는 건물이 충격을 전혀 흡수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지진은 아라비아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나톨리아판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천천히 움직이는 두 지각판이 서로 밀면서 수십년동안 압력이 축적됐다가 몇 초만에 해제됐고, 서로 비껴지나가며 발생한 마찰에 의해 강력한 진동이 발생됐다는 분석이다.
영국 더 오픈 대학의 행성 지구과학자 데이비드 로서리는 “아라비아판이 아나톨리아 판을 서쪽으로 1년에 약 2cm정도 밀어내면서 지진 응집력이 튀르키예 지역에 쌓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붕괴된 건물들에 대한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계속되는 여진과 추운 날씨로 인해 인명피해가 더욱 커질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약 2만 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할수도 있다는 절망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BBC는 “1822년 8월 13일에도 아라비아판과 아나톨리아판이 충돌해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지진보다 강도가 낮았지만 파괴적인 여진이 거의 1년 동안 계속됐고, 7000명이 사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같은 추세를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지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