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사기 혐의 한의사 징역 2년 원심 유지
- “산삼 복용하면 30년도 더 생존할 수 있다”... 환자는 결국 사망
- “절박한 환자 심정 이용해 치료 능력 없는데도 불구하고 환자 기만해”
말기 암 환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산삼 한약’을 처방하고 고액의 치료비를 받은 한의사에게 징역형이 내려졌다. 한의사에게 30년 생존을 보증받고 약을 처방받은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징역 2년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사기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한의사 A씨는 지난 2017년 2월 무렵 말기 암 환자 B씨와 B씨의 가족들에게 산삼 한약을 먹으면 완치가 가능하다며 7차례에 걸쳐 총 2억 6,000여 만원을 약값으로 받았다. 한의사 A씨가 처음 제시했던 약값은 3억 6,000만 원 상당이었다. 30년 생존을 보장한다며 1개월 당 100만 원씩 받겠다는 것이었다.
B씨 가족이 이를 망설이자 치료가 실패하면 전액을 환불해주겠다고 약속 하기도 했고, 주변 지인을 동원해 “A씨의 치료로 완치가 됐다”는 거짓 진술을 시켜 B씨와 가족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결국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한약 복용을 했지만 B씨는 건강이 악화되어 지난 2020년 끝내 사망했다. 당시 한의사 A씨는 B씨 외 다른 환자들이 사망하면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말기 암 완치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 산삼 한약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원심 재판부는 한의사 A씨가 제대로 치료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치료비를 편취했다면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기 범행에 이용한 한방치료 행위가 오히려 환자 건강을 침해했을 우려도 존재한다”며 “혹세 무민한 행위로 한방 의료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그 발전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하며 재판부가 산삼 한약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생존한 환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치료 효과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며 “한의사 A씨의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법원은 A씨에게 내려진 징역 2년의 원심 판결을 유지하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다시 상고하면서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고액의 치료비를 챙긴 사기 행위로 죄질이 무척 나쁜데도 형량이 너무 낮다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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