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에 빠진 66만 명, 이들은 왜 스스로 나오지 못하나

최근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78)의 성폭력·착취 혐의 등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면서 사이비 종교들에 대한 관심도가 폭증하고 있다. 개신교의 주류 입장에서 JMS와 같이 ‘이단’ 즉, 사이비 종교로 규정된 종교의 신자들은 최대 66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 출처 :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홈페이지

사이비 종교는 ‘외로운 사람’이나 ‘사회 소외계층’을 노려 포섭하기 때문에 막대한 수의 신도를 불릴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 개인의 심리적 불안이 높아졌고, 사이비 종교는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가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나는 신이다’ 1화에는 정 총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홍콩 국적의 20대 여성 메이플씨의 폭로 내용이 담겼다. 메이플씨는 얼굴을 공개한 채로 인터뷰를 하며 “당하면서 계속 하나님을 불렀다”며 “제가 이렇게 당하는 것 도대체 뭐냐고 물었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보였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정 총재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가지 충남 금산군 소재의 수련원에서 총 17회에 걸쳐 메이플씨를 강제추행하거나 준 강간한 혐의를 받고 지난해 10월경 구속 수감됐다. 정 총재는 재판에서 본인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정 총재가 신도들이게 자신을 ‘메시아’(구원자)로 부르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세뇌를 통해 본인의 말과 행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뒤 항거 불능 상태에 있는 신도들의 심리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공개된 영상 속에서도 과거 정 총재는 본인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게 했다. 정 총재는 신도들에게 “하나님이 안보여? 안보여? 나를 쳐다봐, 하나님까지 볼 필요가 없어”라고 세뇌했다.

정 총재가 성폭행 혐의로 법정에 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9년에도 신도를 성폭해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해 지난 2018년 2월에 만기 출소한 이력이 있다.

한국기독교목화자협의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제5차 한국 기독교분석리포트’에 따르면 국내의 개신교 신자 중 이단 신자의 비율이 최소 6.3%에서 최대 1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6.3%는 ‘본인이 속한 교회가 정통적인 교회에서 주장하는 소위 이단에 속한 교회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고, 5.8%의 조사 대상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협의회는 국내 개신교의 신자를 총 54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해당 조사의 비율을 대입할 경우 국내 이단,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도들의 수는 최소 34만 명에서 최대 66만 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로운 사람이거나 소외된 사람일수록 사이비와 같은 단체에 쉽게 빠져든다고 분석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사이비는 삶이 척박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주로 공략한다”며 “개인들에게는 집단 생활을 하는 종교 단체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취약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여성 신자들의 일부가 교주들에게 성범죄를 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가스라이팅이 극심하게 이뤄져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내 의사에 반했다는 것을 한참 후에나 알게 된다. 세뇌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착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이에 동감하며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은 어려움을 신에게 의지한다”며 “사이비 교주는 그런 사람들의 약한 심리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주에 대한 신뢰가 어느정도 형성되게 되면 그 이후 신념과 반하는 현상들이 나타나더라도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며 “신앙심을 강조하게 되고 ‘자신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라 착각해 이를 고쳐야 한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30여년 간 JMS에 대해 비판하는 활동을 해온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에 따르면 정 총재는 젊은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포섭하도록 신도들에게 지시했다. 김 교수는 “신도들은 정명석에게 젊은 여자 신도를 데려와야 교회에서 더 높은 직급을 얻어낼 수 있었다”라며 “조직 내에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젊은 여자 신도를 계속 데려와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또 포모증후군(FOMO)의 일환으로 사이비 종교에 쉽게 빠진다는 분석도 있다. 포모증후군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증후군으로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들의 포모증후군은 극심한 상태에 이르러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하니까 사이비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며 “종교를 대체할 만한 좋은 직장과 환경, 정부 지원 등이 있다면 사이비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국민들이 지난 3년간 코로나19에 시달리며 주거·직장에서 문제를 겪어 불안감이 커졌다”면서 “심리적인 불안은 보통 재난 이후에 뒤늦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는데, 통계를 보면 최근 아동학대·청소년 자살 등이 급증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도 사회적 불안과 맞춰서 더욱 심해지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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