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갑자기 ‘실명’될 수 있는 질환... 초기치료가 관건

멀쩡히 보이던 앞이 하루아침에 실명하게되거나 몸을 못 쓰게 되는 병이 있다. 희귀질환의 일종인 ‘시신경척수염’이 그 주인공이다. 시신경척수염은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면역계가 체내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10만 명에 2~3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인 탓에 병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시신경척수염의 40% 이상은 시신경 염증으로 시작되고, 나머지 40% 이상은 척수 염증으로 발생한다. 그 밖의 5%는 시신경과 척수에 동시에 염증이 생기며 시작되고, 나머지는 뇌 등 다른 부위에서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 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짭은 시간 안에 치명적인 손상까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시신경에 염증이 생겼을 경우에는 하루, 이틀 만에 실명될 수 있고, 척수에 염증이 생기면 염증이 생긴 부위 아래부터 마비가 올 수 있다. 이 외에도 원인 모를 구토나 딸꾹질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시신경척수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증상이 치명적인 탓에 빠르게 진단받아 치료받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다발성경화증’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많다. 시신경척수염의 주요 증상인 시신경염과 척수염이 다발성경화증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시신경척수염이 다발성경화증의 한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2004년 시신경척수염만의 특이한 항체가 규명되면서 독립질환으로 인정받았다. 의학적으로 MRI상 다발성경화증은 척추체 1개 이내의 짧은 병변을 보이는데, 시신경척수염은 척추체 3개 이상을 침범하는 긴 병변이 나타난다. 시신경척수염 환자가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여러 면역조절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비교적 뚜렷한 차이점은 시신경척수염에서 증상 정도가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시력 저하가 심하지 않고, 걷지 못할 정도의 마비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이로 인해 스테로이드 치료만으로도 비교적 회복이 잘 된다. 시신경척수염은 다발성경화증과 다르게 지속적인 구토, 딸꾹질, 오심이 수일간 지속된 후 때로는 저절로 완화되는 특징도 있다.

시신경척수염은 병을 최대한 빨리 진단받고 즉시 제대로 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시신경척수염이 급성으로 발생했을 때는 염증을 최소화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주사’를 쓴다. 신경장애가 심하면 ‘혈장교환술’을 해야 한다. 혈장교환술은 피를 걸러 원인이 되는 혈액 내 성분(항체)을 없애는 것이다. 급성기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로는 특정 면역세포(B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주사치료, 경구 면역억제치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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