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기후, 세계 식품시장에 위기감 조성... 사이클론·폭염·가뭄 등 여파
- 하반기 엘리뇨오면 ‘물가 폭등’ 가능성도 높아
연초부터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들이 식량시장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예기치 못한 기후 재난으로 인해 작황 생산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때문이다. 떠군다나 하반기에는 4년만의 엘리뇨 현상의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올해는 진정될 것으로 보였던 애그플레이션(농산물+인플레이션)이 또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뉴질랜드산 단호박 한통(1.5~2.0kg)의 가격은 7,980원으로 작년 이맘때(2,980원)에 비해 2.6배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뉴질랜드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의 사이클론에 피해를 입으면서 단호박 생산량이 1년 전과 비교해 50% 이상 급갑한 여파다.
단호박은 전 세계국가들에서 월 별로 공급되기 때문에 1년 내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작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주요 생산국인 통가에서 화산폭팔이 발생하고, 뉴칼레도이나에서도 태풍이 발생하는 등 여러 국가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오렌지, 올리브, 토마토 등 다른 주요 식자재들도 지난해 주요 수입국이던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나타난 폭염과 가뭄의 여파로 전년과 비교해 20~30%씩 가격이 뛰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미국산 네이블오렌지 도매가격은 10년 새 최고가를 찍어 18㎏당 8만원을 넘겼다. 연평균 도매가격은 2021년 5만 8917원→지난해 7만 4846원→올해 8만 279원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원인은 주산지인 미국과 스페인의 이상기후다. 지난해 캘리포니아는 최악의 가뭄을 겪은 뒤 오렌지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월부터 올 3월까지 폭우가 이어졌다. 스페인은 평년보다 추운 겨울을 지나며 오렌지가 냉해를 입었다.
작년 여름 가뭄과 폭염을 겪은 이탈리아에선 토마토와 올리브가 피해를 봤다. 국제올리브협회에 따르면 이탈리아산 올리브유 100㎏ 가격은 지난해 평균 431.1유로에서 올해 583.1유로로 올랐다.
국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최대 농산품 생산 지역인 호남은 작년 하반기부터 50년 만의 역대급 가뭄을 겪고 있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최근 1년 누적 강수량은 약 900㎜로 평년의 64%에 불과하다.
이 여파로 인해 신안의 대파와 무안의 양파 등이 불안한 공급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대파 주산지인 전남 신안군에서는 이미 가뭄 때문에 대파 출하가 늦어지고 있다. 대파밭 3.3㎡에 평소 15단이 생산됐다면 지금은 12단이 나온다. 최근 5년간 ㎏당 평균 1,159원에 거래된 대파는 3월 현재 1,884원에 거래되고 있다.
5월 출하를 앞두고 한창 자랄 시기인 양파 또한 장기간 가뭄으로 생육을 멈췄다. 권민수 록야 대표는 “양파가 생육기에 가뭄을 겪은 이후 수확기에 폭우까지 내리면 출하량은 작년보다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부터 글로벌 식량가격이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식량가격 지표로 활용되는 S&P GSCI 농산물지수는 지난 24일 기준 445.35로 전년 동기(556.14)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글로벌 작황 부진으로 “애그플레이션(농산물+인플레이션)이 끝나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 4년 만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엘니뇨는 식품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할 최대 변수로 거론된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지역 해수면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에 열과 습기를 대기로 다량 방출하고 세계에 폭염, 가뭄, 폭우 등 기상이변을 몰고 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하반기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며 “소맥, 원당 등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선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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