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눈처럼’ 쏟아진 벌레떼,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는 이유는?

- 한강변 중심으로 수온 상승·수질개선·천적 감소 등에 개체수 급격히 급증
- 상수원 보호구역인 한강, 살충제 살포 등 직접적 해결방안 불가능... ‘천적’ 붕어 살포

시즌 중반으로 달려가면서 나날히 인기를 더해가는 프로야구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닥쳤다.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당분간은 잠실 등 한강변 경기장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 출처 : 트위터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잠실 팅커벨’ 이라고 불리며 잠실 야구장을 점령할 정도로 엄청난 수의 날벌레들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다수 업로드됐다. 파울볼이 그물망을 건들일 때마다 엄청난 수의 날벌레가 우수수 떨어지며 관중들의 비명도 쏟아졌다. 날벌레가 맥주잔이나 음료잔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 이들을 찾는 관객의 수도 확 줄었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경기장으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찾았다는 한 누리꾼은 “관객석에 있는 나도 고개를 들면 팅커벨이 날아들었는데 선수들이 공을 제대로 볼 수나 있을지 걱정된다”고 적었다. 이 누리꾼의 말처럼 실제 잠실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루는 선수들은 경기 도중 시야 차단에 애를 먹거나 귓속, 입 등으로 날아드는 날벌레를 쫒기 위해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비단 야구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강변 주변에 위치한 음식점과 주택 등도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간판을 끄고 영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음식 포장 시 들어갈까봐 노심초사 조심하고 있다”, “옥상 자리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등의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야구장과 음식점 등 한강변 전역에서 나타나는 이 날벌레의 정체는 바로 하루살이과 곤충인 동양하루살이이다. 몸길이는 2~3cm에 불과하지만 날개를 펴면 5cm에 이르기도 한다. 작은 곤충치고 날개가 크고 화려해 동화 피터펜에 나오는 요정의 이름을 따 ‘팅커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낮에는 강가 풀숲 등에서 휴식을 취하다 밤이 되면 불빛을 찾아 상가와 주택 등으로 날아드는 특성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벌레가 많아진 것에 대한 환경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이 늘어나게된 실제 이유는 오히려 환경개선에 있다. 동양하루살이 유충은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환경 지표종’으로, 한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산란 환경이 크게 좋아진 것이 이렇게 지나치게 많은 개체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수온 등이 올라가며 유충을 잡아먹는 민물고기가 줄어들었고, 개구리와 잠자리 등도 개채수가 줄어들며 폭발적인 하루살이 증가에 가속 페달을 밟은 셈이 됐다. 다만 유충과 달리 입이 퇴화된 성충의 경우 일반적으로 4~5일 이내로 굶어죽고, 모기처럼 질병이나 감염병을 옮길 우려도 없다.

서울시 등 많은 행정자치단체에 하루살이로 인한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유충 서식지인 한강 유역이 상수원보호구역인 탓이 살충체 살포 등 대부분의 대책이 무용지물이다. 이에 환경전문가들은 붕어 등 상위포식자 방류, 수목 정비, 가로보안등 교체 등 친환경 방역이 최선이라고 조언하고 있으나, 이들 모두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오후 8시 이후에는 조명 밝기를 낮추고, 방충망을 설치하며 벽에 붙었을 경우 물을 뿌려 떨어트리기, 밝은 색 옷 피하기 등도 효과가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도 “직접적인 방역활동은 한강 수질오염과 악충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차선책으로 고압살수기로 서식지를 교란하는 방법으로 방제활동에 나서고 있다. 여름철 우기가 되면 개체수는 자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동양하루살이의 개체수는 일반적으로 5~6월에 급증했다가 장마철을 거치며 자연감소하게 된다. 장마가 끝난 직후인 8~9월에 다시 증가하지만 상반기에 탈피하는 성충에 비해 크기가 작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